문고리 3인방, 박 지시로 돈받아
이재만이 직접 금고에 보관·관리
친박 등 정치권에 유입 배제못해
사용처 수사따라 ‘후폭풍’ 거셀듯
이재만이 직접 금고에 보관·관리
친박 등 정치권에 유입 배제못해
사용처 수사따라 ‘후폭풍’ 거셀듯
이재만·안봉근 두 전직 청와대 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정기적으로 상납받은 것은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두 전직 비서관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박 전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만큼, 검찰은 조만간 서울구치소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불러 관련 혐의를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두 전직 비서관의 변호인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체포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정원에서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으로 통했던 이 전 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돌아가면서 국정원장 특수활동비를 매달 1억원씩 청와대 주변 은밀한 장소에서 당시 이헌수 국정원 기조실장으로부터 직접 전달받았다는 것이다.국정원에서 전달받은 돈은 이 전 비서관이 직접 ‘금고’에 보관하면서 관리했다. 청와대에 배정된 특수활동비와 전혀 별개인 이 돈은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처럼 쓰였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은 “이 돈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 사용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비서관과 정 전 비서관 등도 국정원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청와대 경비 등으로 사용하는 등 개인적으로 빼돌린 사실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이 전 비서관의 후임인 이관직 총무비서관은 이 돈의 존재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돈의 존재를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핵심 측근들만 알고 있는 데 비춰, 대통령과 측근들이 일종의 ‘쌈짓돈’처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향후 검찰 수사가 ‘박근혜 비자금’ 게이트로 확대될 수도 있다. 청와대에는 책정된 예산 외에 자체 특수활동비가 있어 기본적으로 필요한 경비를 충분히 조달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세탁된 이 돈이 ‘친박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정치권 등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자금 사용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에도 일파만파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검찰은 전날 밤늦게 국정원으로부터 총 40억원대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국고손실)로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수사 고삐를 죄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