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사이버사령부 본부를 압수수색한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사령부 현관 앞으로 한 직원이 들어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명박 정권 당시인 지난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제출한 ‘정치 댓글 보고서’가 추가로 대량 발견됐다고 29일 국방부가 발표했다. 사이버사령부 530단이 청와대에 보고한 문서는 이번에 새로 발견된 701건을 합쳐 2010년 7월부터 2012년 11월까지 확인된 것만 1163건이다. 거의 날마다 보고한 수준이다. 2010년 1월 창설된 사이버사의 애초 창설 목적 자체가 ‘정치 댓글부대 양성’은 아니었는지, 그리고 사이버사의 댓글 공작을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게 아니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사이버사 창설 목적이 “북한군 사이버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당시 군 발표가 무색하다. 이번에 발견된 사이버 대응 결과 보고서는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 전작권 환수 연기 비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지지, 김관진 장관 후보자 지지 여론 조성 등과 관련된 것이다. 대부분 군이나 정권에 비판적인 국내 여론을 ‘댓글’로 무마시키거나, 되돌리려 애쓴 것들이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이 그 시간에 컴퓨터 앞에 앉아 ‘용비어천가식 댓글’이나 두드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조사에선 사이버사뿐 아니라 기무사령부도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댓글 요원이 약 300명인 점에 착안해 스파르타와 페르시아의 전쟁을 다룬 영화 <300>에서 따와 ‘스파르타 부대’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300명 결사대의 이름을 내부를 겨냥한 댓글부대에 붙일 수 있는 그 낯두꺼움이 놀랍기만 하다. 군의 존재 이유는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인데, 지난 정권에서 사이버사는 무엇을 지키려 했고, 누구와 싸운 건지 묻고 싶다. 오로지 정권을 지키려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을 적으로 삼은 건 아닌가.
사이버사는 2010년 김태영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설립됐고, 김관진 국방부 장관 시절에도 운영됐다. 특히 김관진 장관 시절, 사이버사는 매일 장관실로 보고서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장관을 영웅시하는 그림 등을 제작해 배포한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선 김태영, 김관진 두 전직 국방부 장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사이버사의 ‘정치·선거 개입’ 의혹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