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영점서 비정규직 직원 뽑으며
12개항 이행각서 요구 논란
다이소 “각서 없어…점장의 일탈”
점장은 “본사 규정대로 했을 뿐”
12개항 이행각서 요구 논란
다이소 “각서 없어…점장의 일탈”
점장은 “본사 규정대로 했을 뿐”
다이소 직영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한 ㄱ씨가 지난 3월 입사 당시 근로계약서와 함께 서명한 이행각서. 이 이행각서는 계약 당시 근로계약서 사본 등을 교부받지 못한 ㄱ씨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생활용품 할인판매업체 다이소 직영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뽑으면서 ‘절대 복종’을 강요하는 이행각서를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ㄱ씨는 지난 3월 다이소 ㅇ점에 비정규직 직원으로 입사했다. ㄱ씨는 입사하면서 임시직사원 근로계약서, 이행각서, 개인(신용)정보의 수집·이용동의서, 휴일대체동의서 등 4개 서류를 작성했다. 23일 <한겨레>가 입수한 ㄱ씨 이행각서에는 12개 사항이 나열돼 있다. ㄱ씨는 “이행각서 내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일자리가 필요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사본을 주지 않아서 휴대전화기로 찍어 두었다”고 말했다.
ㄱ씨가 부당하다고 느낀 조항은 △사내 또는 관계회사 간의 전출·전보·전환·출장·대기 등 발령이나 상사의 업무상 지시, 명령에 절대 복종하겠음 △사내·외에서 직원을 선동하거나 회사의 허가 없이 방송, 집회, 시위, 집단행동, 유인물 살포·게시·소지·동조 편승 또는 그 미수에 그쳤을 경우 당사 취업규칙에 의거 당연 면직 또는 어떠한 조치도 감수하겠음 등 이다. 이행각서 말미에는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에는 손해액을 지체없이 변상하고 민·형사상의 어떤 책임도 감수하겠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ㄱ씨는 “매장 화장실에 문제가 있어 고쳐달라고 책임자에게 여러차례 건의했는데 개선되지 않아 본사에 알렸더니 다른 지점으로 발령났다. 인사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회사가 시키면 무조건 따르는 분위기라 항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ㄱ씨는 발령난지 3개월여 만에 그만뒀다. 다이소는 ㄱ씨가 최근 입사서류 사본을 요구하자 근로계약서만 교부하고 다른 서류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이소 본사는 각 점장이 회사 내부 인터넷망에서 일괄 출력해 근로계약 서류를 작성하도록 하지만 이행각서는 없다고 해명했다. 다이소가 <한겨레>에 보여준 비정규직 근로계약 서류는 5가지다. 이행각서가 빠진 대신 서약서와 매장근무복 급여공제 동의서가 있었다.
안웅걸 다이소 운영관리 상무는 지난 8일 <한겨레>와 만나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을 강조하는) 서약서는 있다. ㄱ씨가 썼다는 이행각서는 없다”고 밝혔다. 조재원 다이소 인사총무부장은 “만약 (그런) 이행각서가 있다면 점장이 특정인을 특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해 일탈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ㄱ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ㅇ점은 회사가 정한 절차대로 처리했을 뿐 별도의 서류를 이용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ㅇ점장 ㄴ씨는 “회사 내부망에 들어있는 서류를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있냐”며 ‘점장의 일탈’ 가능성을 제기한 회사 쪽 설명과는 다른 주장을 했다. 이어 ㄴ씨는 “ㄱ씨가 제시한 이행각서는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23일 <한겨레> 기사가 온라인에 나간 뒤 다이소는 입장문을 보내와 “현재는 사용하고 있지 않은 ‘이행각서’가 매장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일부 점포에서 사용되고 있었던 것을 본사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다만 점검해 본 결과 이행각서에 따른 인사상의 불이익이 단 한건도 발생한 사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의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헌법이 보장한 행동자유권과 사생활의 자유는 회사가 제한할 수 없다. 이 이행각서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노동조건을 결정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위축하게 만드는 명백한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