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검찰, 표적·편파 수사론 일축…“국기문란 범죄 법대로”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1. 28. 06:02

검찰, 표적·편파 수사론 일축…“국기문란 범죄 법대로”

등록 :2017-11-27 20:56수정 :2017-11-27 22:09

 

[검찰의 이례적 의견문 발표…배경과 의미는?]
대외적 ‘법과 원칙’ 강조
보수정당 ‘정치보복’ 프레임 맞서
“국정원·군 안보 뒷전 공작” 선그어

내부적 수사동력 다잡기
파견검사 자살·구속자 잇단 석방에
“목표 정해둔 수사 아니다” 강조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검찰 직원들이 들어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검찰이 27일 한창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수사’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의견문을 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최근 수사팀을 겨냥한 정치적 공세와 비난의 정도가 ‘위험 수위’를 향해 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던 상황이었다. 진행 중인 수사의 중요성과 정당성을 분명하게 강조해, 대외적으로는 여론의 지지를 얻고 내부적으로는 수사팀을 추스르며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나온 의견문에서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이번 수사가 ‘통상적인 범죄수사’라는 점을 강조하며 여론에 수사의 정당성을 호소했다. 국정원과 군의 정치개입을 “한국 현대사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라고 지목하며 “기본권 침해, 헌법을 훼손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수사를 통해 이를 근절하는 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과제”라는 점 등을 거듭 강조했다. 많은 국민이 수사를 통해 중대 범죄행위가 바로잡히길 바라고 있는 상황을 환기한 것이다. 최근 보수야당과 보수언론이 지적하는 ‘정치보복’ ‘편파수사’ ‘과도한 수사’ ‘표적수사’ 등 수사팀을 겨냥한 비판을 한꺼번에 반박한 것이기도 하다.

실제 수사팀 내부적으로는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에 대한 수사가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등 외부의 수사 의뢰를 통해 시작된 것이어서, 애초부터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없고 외부 비판이 가혹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더구나 수사를 하면 할수록 심각한 수준의 ‘국기문란 범죄’가 꼬리를 물고 드러나면서, 수사 대상이 많다거나 수사 기간이 길어진다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갈 수 없는 처지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국민적 관심사나 개혁 요구 등에 비춰 수사팀으로선 이미 퇴로가 없는 상황”이라며 “여전히 검찰이 1순위 개혁 대상인 상황에서, 수사팀으로선 철저한 수사 외엔 살아날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정원의 수사·재판 방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 변창훈 검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김관진·임관빈 등 사이버사령부 수사의 두 핵심 인물이 예상치 못하게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것은 수사팀으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그동안 탄탄대로처럼 보였던 수사지만, 보수세력이 ‘정치보복’ 프레임을 덧씌울 수 있는 빌미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윗선을 향해 가야 할 수사도 숨고르기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사팀이 이날 ‘원칙’을 다시 밝히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극복하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이날 의견문은 또한 검찰 외부만큼이나 내부 동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목적이 ‘진상규명’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검찰 일부에서도 고개를 들고 있는 회의론에 대해서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도 기대한 듯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외부에서 검찰 흔들기를 하더라도 수사팀은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김양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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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0973.html?_fr=mt1#csidx20acc02fe82273d8dbe0f75b290f3d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