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일 만에 재판 다시 열렸지만
박근혜 건강 이유로 출석 거부
법원, 궐석재판 여부 28일 결정
국선변호인 “접견 한 번도 못해”
박 지지자들 “목숨 내놔라” 겁박
박근혜 건강 이유로 출석 거부
법원, 궐석재판 여부 28일 결정
국선변호인 “접견 한 번도 못해”
박 지지자들 “목숨 내놔라” 겁박
지난 5월23일 첫 재판에 출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판 거부’를 선언한 지 42일 만인 27일 재판이 다시 열렸지만, 박 전 대통령은 끝내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일제히 사임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대신 선임된 국선변호인들만 처음 법정에 나왔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없이 심리를 계속 진행할지 28일 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 재판부 “정당한 불출석 사유 아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는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열었지만 피고인 불출석으로 23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오늘 아침에 건강상 문제로 출석이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구치소에서 보내온 보고서에 의하면 허리 통증 경과를 보고 있고 무릎 부종으로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고 있으며 하루 30분 정도 실외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며 “(구치소 쪽에서) 본인이 출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고,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하면 인치(강제로 데려오는 것)하는 것은 현저히 곤란하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불출석 공판(형사 재판)에 대해 별도 의견이 있냐”고 물었지만 검사와 변호인들은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6분부터 20분까지 휴정한 뒤 다시 법정에 나온 재판부는 “박근혜 피고인은 소환 통보를 받고도 불출석 사유서만 내고 출석하지 않았고, 구치소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계속 출석을 거부해도 (피고인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고, 그럴 경우 방어권 행사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음을 설명한 뒤에도 계속 거부하면 그때 다시 (재판부가) 합의해서 공판을 진행할지를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재판에도 박 전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궐석재판(불출석 공판)을 진행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0월16일 재판에서 “정치적인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저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재판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건강상 이유가 아닌 사실상 ‘구치소 안 정치투쟁’을 선언한 것이어서,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출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면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사임 뒤 곧바로 국선변호인 5명을 선임했고, 최순실씨만 출석시켜 삼성 뇌물 혐의 등을 심리하는 등 공범들의 1심 선고를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궐석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박 전 대통령 못 만난 국선변호인 이날 법정에는 10월25일 선임된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단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조현권(62·사법연수원 15기)·남현우(46·사법연수원 34기)·강철구(47·사법연수원 37기)·김혜영(39·사법연수원 37기)·박승길(43·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로 모두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들이다. 조 변호사는 1986년 변호사로 개업한 뒤 환경부 법무담당관, 국가인권위원회 법무관 등을 지냈고 2006년부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를 맡고 있다.
조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11월3일, 13일, 20일 접견을 원하는 취지의 서신을 세번 보냈다. 첫번째 서신에 대해서는 ‘접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받았지만, 나머지 서신에 대해서는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재판이 끝난 뒤 조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재판) 진행 상황 등은 (박 전 대통령에게) 계속 말씀드릴 예정”이라며 “종전 변호인들의 변론 내용 등이 흐트러지지 않는 범위에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 나온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국선변호인들에게 “목숨을 내놓고 하세요, 나라를 살리는 데”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몰려들자 국선변호인들은 법원 관계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