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데스크서 담담하게 최승호 사장 소식 전한 배현진 2012년 파업 중 나홀로 앵커 복귀 뒤 ‘양치-피구대첩’ 논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은 부당노동행위로 피소
최승호 신임 <문화방송>(MBC) 사장의 선임 소식을 전하는 배현진 아나운서.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배신 남매’. “쫓겨난 MBC 아나운서들은 신동호·배현진 아나운서를 이렇게 부른다.”송일준 MBC PD협회장의 말이다. 2012년 MBC 파업 이후 많은 아나운서들이 유배를 떠나야했다. 반대로 되레 승승장구 하던 이들도 있다. 신동호·배현진 아나운서가 대표적이다. 노동조합은 신동호 아나운서 국장이 당시 파업에 불참한 뒤 아나운서들의 부당 전보 인사에 직접 관여해 이들을 현장에서 철저히 배제했다고 주장한다. 배현진 아나운서는 파업에 참여했다가 노조를 탈퇴한 뒤 파업철회를 선언하고 ‘뉴스데스크’ 메인 앵커로 복귀했다. 권불십년(십년가는 권세는 없다). 7일 MBC 신임 사장에 최승호 전 PD가 선임됐다. 최 사장은 파업에 참여했다가 업무방해 등의 이유로 해직됐다. 그의 복귀 뒤 많은 이들의 이목은 배현진·신동호 두 사람의 거취로 향하고 있다. ■ 전 사장 해임과 신임사장 선임 모두 전한 배현진 배 아나운서는 7일 ‘뉴스데스크’에서 최승호 신임 사장의 선임 소식을 담담하게 전했다. 이날 ‘뉴스데스크’가 선정한 주요 뉴스에는 최 사장의 선임 소식이 빠져 있었다. 뉴스데스크는 20꼭지의 뉴스 중 10번째로 이 소식을 전했다.
“MBC는 오늘 주주총회를 열고 최승호 뉴스타파 PD를 신임 MBC 대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최승호 신임사장은 경북대를 졸업했으며, 1986년 MBC에 입사해 시사교양국 책임프로듀서 등을 역임했습니다. 최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13일 해임된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잔여임기인 2020년까지 입니다.”
MBC 김장겸 당시 사장의 해임 소식을 보도한 배현진 아나운서.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배 아나운서는 최 사장이 2012년 공정보도를 외치며 파업을 벌이다 해직됐던 사실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배 아나운서는 지난달 13일 김장겸 전 사장의 해임 소식도 담담하게 전달했었다. 그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와 MBC 주주총회가 김 사장을 해임했다”며 “정치권의 반응은 사필귀정이라는 환영의 목소리와 원천 무효라는 반발이 엇갈렸다”고 전했다.■‘공정 보도’ 외치며 파업 중, 나홀로 앵커 복귀 배 아나운서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2012년 5월 <문화방송> 노조 파업에서 이탈해 ‘뉴스데스크’ 앵커로 복귀하면서부터다. (▶관련기사: ‘파업서 복귀’ MBC 배현진 글 시끌)당시 배 아나운서는 사내게시판에 ‘배현진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왜 업무에 복귀하게 됐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노조가 야당 국회의원, 진보인사, 소셜테이너 등 특정 정치 진영 인사들에 의지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야당 측 국회의원과 진보 진영의 저명인사들이 초청되었고 소셜테이너로 알려지며 여러 번 정치적 성향을 밝혀온 연예인들이 방문해 파업을 독려했다. 한 쪽 진영의 인사들에게 무게가 실리는 듯한 모습은 다소 위태롭게 느껴졌다”고 밝혔다. <문화방송> 내부 구성원들은 이러한 배 아나운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지만 배 아나운서는 아랑곳 않고, 최장수 ‘뉴스데스크’ 앵커로 자리매김했다. ■악화 일로 걸어온 ‘문화방송 뉴스’
조작방송 논란이 된 <문화방송> 뉴스데스크 화면. 문화방송 화면 갈무리
이후 <문화방송>의 뉴스데스크는 ‘미숙한 방송 진행’과 ‘뉴스 조작’ 등으로 구설에 오르게 된다. 2012년 7월 ‘런던 올림픽’ 때, 뉴스데스크는 구글 에스엔에스(SNS) 망을 이용해 영국 런던과 서울의 주요 지점을 연결해 응원 모습을 쌍방향으로 보여주는 3분짜리 리포트를 내보냈다. 배 아나운서는 당시 한 사무실에서 여성 9명이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사무실은 <문화방송> 사옥 6층의 뉴미디어뉴스국이었다. (▶관련기사: MBC 올림픽 ‘조작방송’ 논란) 방송사고도 잦았다. 2012년 10월, ‘정오뉴스’는 19대 총선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새누리당 김근태 의원을 다루면서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사진을 잘못 사용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해 11월 ‘정오뉴스’는 ‘와이브로깡’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이와 관계 없는 ‘경기침체 여파로 유흥업소 감소’라는 자막과 함께 유흥업소 자료 화면을 내보내는 어이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관련기사: MBC 뉴스 하루에 2번 방송사고)■배현진 ‘양치사건’과 ‘피구사건’<문화방송>의 한 기자가 배 아나운서에게 “물 잠그고 양치질 하라”고 지적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논란도 있다. 그탓에 4년째 비제작부서에서 근무했다는 양윤경 기자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말하기 참 민망한 이야기다. 여자 화장실에서 배현진씨가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고 거울도 보고 화장도 고치고 해서 배씨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에 배씨가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했고 서로 몇 번 말이 오간 뒤 내가 ‘MBC 앵커인데 당연하죠’라고 말하고선 퇴근했다. 출근했더니 부장이 부르고 난리가 났다. 이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써야 했고 한 선배는 ‘인사가 날 수 있다’고 하더라. 심지어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졌다. 사실 관계 확인 차 폐쇄회로(CC)TV도 돌려봤다고 했다. 당장 인사가 나진 않았지만 당시 부장의 말대로 정기 인사 때 인사가 났다. MBC 보도국 내부 분위기를 상징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경영 쪽 지인으로부터 내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배현진씨와 있었던 일이 방아쇠가 된 것 같았다.”
신동진 아나운서는 지난 9월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피구경기에서 배 아나운서를 맞혔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이른바 ‘피구대첩’을 소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김어준의 파파이스#160] 로힝자,MBC아나운서들 그리고 방산비리)아나운서연합회장을 맡고 있던 신 아나운서는 파업 이후 외부 홍보용으로 체육대회를 개최했다가 피구 경기 도중 배 앵커의 다리를 맞혔다. 그는 “일부러 배현진씨를 맞히려고 한 건 아닌데 앞에 보였다. 그렇다고 피하고 싶진 않았다”며 “정확히 일주일 뒤 주조정실의 MD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신 아나운서는 신동호 국장에게 발령 사유를 물었으나 “우리는 그런 거 가르쳐주질 않아”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16일 <문화방송>(MBC) 아나운서들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가 서울서부지검에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신동호 국장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소 신동호 아나운서국장은 최근 <문화방송>동료들로부터 부당노동행위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MBC 아나운서들, ‘부당전보·사찰’ 신동호 국장 고소)문화방송 아나운서 28명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10월16일 오후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국장이 아나운서를 부당전보하고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신동호 아나운서는 2012년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 중 11명의 부당전보 인사에 직접 관여했고, 이들을 방송제작 현장에서 철저히 배제해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주장했다. 신 국장은 김재철 전 사장 시절 아나운서국에서 보직 부장 3년을 지내고 2013년 국장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최장수 아나운서국장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김장겸 전 사장이 물러나면서 문화방송의 간판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시선집중’에서 하차했다.
해직 5년만에 회사에 복귀한 최승호 MBC 신임 사장(왼쪽)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 첫 출근하며 김연국 노조위원장과 함께 사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최사장은 임원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일반직원들이 사용하는 게이트를 통해 첫 출근을 했다. 공동취재사진단
■최승호 사장, 신동호·배현진에 “책임 묻겠다”앞으로 신동호 국장과 배현진 아나운서의 앞길은 지금처럼 탄탄하진 않을 전망이다. 최승호 사장은 출근 첫날 이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사장은 8일 방송된 <씨비에스>(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할 때는 우선 신동호 아나운서 같은 경우는 과거 아나운서국에서 무려 11명의 MBC 얼굴이었던 아나운서들이 떠나가도록 만들고, 열 몇 명의 아나운서들이 자기 일을 못하고 부당 전보되도록 하는 데 상당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분은 저희가 생각할 때는 회사가 합당한 절차를 거쳐서 충분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배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배현진 앵커는 지금 앵커를 맡고 있는데 그 부분은 보도본부에서 새로운 앵커 체제를 아마 마련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두 명 모두 현재 상태로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앞서 자유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최 신임사장이 선임되자 구두 논평을 내고 “MBC가 완전한 노영방송이 됐다. 노조를 등에 업은 최 신임 사장이 MBC 사장실을 점령했다”며 “과연 공정한 인사를 할 건지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건지, 시청률은 얼마나 끌어올릴 건지 국민이 무서운 눈으로 지켜볼 거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이에 대해 “사주가 없는 회사고. 그렇다고 국영방송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걸 노영방송이다 하면 지나친 말이다”며 “보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고, 시청률도 아마 올라갈거다”고 말했다.이재호 기자 p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