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우병우 구속, ‘적폐 단죄’ 국민 믿고 꿋꿋이 나아가야

[한겨레 사설] 우병우 구속, ‘적폐 단죄’ 국민 믿고 꿋꿋이 나아가야

등록 :2017-12-15 18:03수정 :2017-12-15 19:18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결국 구속됐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첫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래 세차례 만의 일이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일 새벽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국정원에 지시해 공직자와 민간인들을 두루 불법 사찰하고 과학·출판문학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 등이 새로 확인돼 영장이 다시 청구됐다. 무엇보다 자신의 비위 의혹을 내사하던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을 뒷조사하는 데 국정원을 사적으로 동원한 사실이 영장 발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이 그동안 박근혜 청와대의 국정농단을 방관·비호하고도 알량한 법률 지식을 앞세워 처벌을 피해 다니며 ‘법꾸라지’로 불릴 정도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1년여 만의 단죄는 사필귀정이라 하기도 멋쩍다. 더구나 국정원을 활용한 불법행위는 일부 밝혀졌으나 그가 검찰을 쥐락펴락한 ‘검찰 농단’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 전 수석이 구속되기 전날 검찰은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검찰의 적폐수사와 법원의 재판도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과 특별활동비 등 수사,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의 국정원·군을 동원한 불법 선거개입과 정치공작 등 국기문란의 ‘몸통’을 밝히고, 말 많은 ㈜다스와 관련한 불법을 단죄하는 일 등이 남아 있다.

그러나 문무일 검찰총장의 ‘연내 마무리’ 발언에서 보듯이 만만치는 않다. 수구보수 언론·야당을 중심으로 한 ‘청산 피로증’ 공세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은 선거의 공정성을 뒤흔드는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임에도 ‘몸통 실종’ 위기에 놓였다. 자칫 공작을 실행에 옮긴 심리전단장 수준에서 추진되고 상관들은 무관한 사건으로 매듭지어져 ‘꼬리 자르기’로 끝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할 것인가. 검찰 수사도 문제가 있겠으나 법원 역시 선거제도라는 헌법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원과 검찰 모두 국기문란 사건을 단죄하지 못하면 반드시 재발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고, 다른 사건들에서도 오로지 국민만 보고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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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3739.html?_fr=mt0#csidx987462f2f47af85b2819d10d2de323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