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하고 방조한 등 혐의를 받는 우병우(51)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 마지막 재판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표적수사’이자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영훈)는 29일 열린 결심 공판을 열고 검찰과 변호인의 마지막 변론을 들었다. 검찰은 “민정수석의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반성하기보다는 모든 책임을 박근혜 전 대통령과 부하 직원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우 전 수석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재판 말미 마지막 발언권을 얻은 우 전 수석은 검찰의 구형량이 과다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우 전 수석은 “검찰이 국정농단에서 시작해 민정수석실 업무, 국정원 사건으로 수사대상을 바꿔가며 1년6개월 동안 수사를 계속했다”며 “이는 누가 봐도 표적수사”라고 했다. 또 “저로서는 일련의 상황이 과거 제가 검사로서 처리한 사건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을 이용한 정치보복 시도에 대해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사법부가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우 전 수석은 이날 6분간 발언 시간을 갖고 자신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먼저 “비서관과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며 어려운 자리지만 국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사심 없이 공직을 수행하겠다고 생각하고 분수를 지키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직권남용, 직무유기, 감찰방해’라는 공소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운을 뗐다.
우 전 수석은 특히 직권남용 혐의를 힘줘 부인했다.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6명과 감사담당관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지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압력을 넣어 씨제이(CJ) 이엔앰(E&M)에 대한 검찰 고발을 요구한 등 혐의(직권남용)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은 “부처의 인사 난맥상이나 예산 집행을 꼼꼼히 챙기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했고, 상관 지시를 충실히 따랐다”며 “청와대 내 통상적 업무수행에 대해 직권남용죄로 기소돼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했다. 또 헌법재판소 결정의 소수의견을 인용해 “직권남용의 의미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정권교체기 때 전임 정부에서 활동한 공직자에 대한 상징적 처벌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우 전 수석은 처가 가족회사 의혹 감찰에 나선 이석수 특별감찰관 등을 위협해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와 미르·케이스포츠재단 모금 등 관련 비위 사실을 알고도 감찰을 벌이지 않은 혐의(직무유기)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고, 억울하다”고 거듭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4일 우 전 수석에 대한 1심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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