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 않아”
대구지검 형사3부 백혜련 수석검사(44·사법연수원 29기)는 지난 21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려 “최근 몇 년간 검찰의 모습은 국민들이 볼 때 결코 정의롭게 보여지지도,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고 보여지지도 않았다”고 주장한 뒤 사직서를 제출했다.
백 검사는 이글에서 “검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으나 최근에는 이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기 너무 어렵다. 오히려 검사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적도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계속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을 지칭한 듯 “연일 쏟아지는 검찰에 대한 언론들의 비판, 정치권의 조롱, 법원의 무죄판결, 국민들의 차가운 눈초리 등등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는 검찰의 모습을 보며 검사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은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이 고도로 요구되는 사건들의 처리에 있어 검찰이 엄정하게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며 제대로 된 사건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며 검찰 내부의 자기 반성을 촉구했다.
백 검사는 검찰을 비판하는 언론과 검찰의 기소를 무죄판결로 뒤집는 법원에 대해 무조건 비판만 할 게 아니라 “ 정말 검찰이 그동안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점은 없었는지, 저희 검찰의 기준과 상황 판단이 시대흐름에 너무 뒤쳐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 점은 없었는지, 실체적 진실은 별론으로 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절차상 공정성의 문제는 없었는지 한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백검사의 사표 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 검사의 행동을 돌출행동이라고 감히 돌을 던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최근 검찰의 행보를 보면 이런 일이 언젠가는 터지고 말 거라는 예감이 들지 않았나?”라고 검찰에 쓴 소리를 던졌다. 또 그는 “패거리 문화에 빠져 버리면 자신이 속한 조직을 비판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항의의 표시로 사표를 던지며 홀연 검찰을 떠난 그 검사 분이 얼마나 비장한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며 “비록 슬픈 일이지만, 그 용기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격려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대교수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로 “사직을 통해서만 자기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끔 되어있는 검찰 풍토는 심각한 문제”라며 “무죄판결이 뻔한데도 억지기소를 하여 인사권자의 비위를 맞추고 그 대가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는 현실이 문제다. 지못미”라며 백 검사 사표 제출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온 백 검사는 지난 2000년 검사로 임용된 뒤 수원지검과 대구지검, 서울중앙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대학 재직 때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는 등 사회정의에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울중앙지검 재직 시절 삼성물산 재개발 비리 의혹을 파헤쳐 주목을 받았고, TV드라마 <아현동 마님>의 주인공 여검사 역할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백 검사의 남편은 시민단체의 간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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