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법과 원칙.../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1. 30. 08:16

법과 원칙...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8.01.29 23:56                            
               

  

 

 

 

 

 


 

 



 

 

 

 

 

 

법과 원칙...

  

 



 


날씨가 춥다. 그냥 추운 것이 아니라 겁나게 춥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났는데 수도관이 얼어서 집에 물이 나오지 않았다. 당황스러웠다. 샤워도 하고 면도도 하고 양치를 해야 출근을 하는데 물이 나오지 않으니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는 오늘 놀라운 기적을 경험했다.


겨우 남아 있는 물로 양치를 했고 조금 남아 있는 물로 세수도 하고 머리까지 감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와우! 그것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렇게 단장을 하고 대문을 나서면서 나는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나 많은 풍족함 속에서 편하게 살았다는 것을.


아침에 찬물로 머리를 감는데 머릿속이 허예졌다. 샴푸로 시린 머리를 박박 문대면서 군대 있을 때 생각이 났다. 강원도 양구에서의 겨울. 아침에 일어나면 영하 20도는 예사였다. 그 당시 우리 부대는 수도가 없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서 그 물로 세수도 하고 빨래도 했다.


아침에 구보를 마치면 우리는 세면장으로 갔다. 뜨거운 물도 없었다. 우리는 영하 20도의 온도에서 계곡물로 머리를 감았다. 그러면 머리에 찌릿찌릿 쥐가 났다. 그리고 머리를 감고 잠깐만 있으면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생긴다. 거짓말 아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정신까지 맑아진다.


오늘 아침에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정신이 맑아지는. 나는 이러한 기분이 참 좋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몸이 몹시 아팠다. 그래서 사흘 동안 본의 아니게 금식을 했다. 나는 그날 밥값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밥을 먹지 않는 습관이 있다. 오래된 습관이다.


그렇게 밥값을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면 내 자신도 뭔가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 내게는 그 대가라는 것이 굶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내 자신에 대한 학대는 아니다. 그저 공짜로 밥을 먹기 싫다는 의미였다.


그러면 아내는 난리다. 아픈 사람이 뭐라도 먹어야 살지 그렇게 안 먹으면 되느냐고 옆에서 온갖 잔소리를 해댄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굶는 것에는 내 나름의 까닭이 있다. 배를 모두 비우면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맑음이 참 좋다. 나는 배가 부르면 그렇게 좋은 기분이 아니다.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면 생각도 맑아진다. 그리고 생각이 맑아지면 가슴 속의 심연에 숨어있는 그 무엇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 무엇을 꺼내서 그것과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여러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다보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얻게 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나는 참 좋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방향을 잡을 때 그렇게 내 자신과 대화를 나눴고 그 대화의 결과에 따라 진로를 결정해 왔다.


나는 토요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이 일한다. 직원들은 쉬어도 나는 쉬는 날이 없다. 내가 유일하게 쉬는 날은 이렇게 막히고 쌓이고 아플 때이다. 하지만 이러한 날도 나에게는 허비된 시간이 아니다.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귀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군대에 있는 막내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는 내가 아닌 아내에게 왔다. 아내 옆에서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그 모습도 정겹다. 그런데 언뜻 들어보니 아들이 뭔가를 지 엄마에게 부탁을 하는 것 같았고 둘의 대화에 아빠 얘기도 나오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들과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은 아내는 한참 동안 깔깔대며 웃었다. 아내가 전한 내용은 이랬다. 요즘 정부에서 군복무 기간을 현행 21개월에서 18개월로 3개월 단축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 군 복무중인 아들도 약간의 혜택을 받는 모양이다. 복무기간이 약 20일 정도 단축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면 내년 1월에 제대를 하게 되는 아들이 올 12월에 제대를 하는 모양이다. 아들은 요즘 여기에 목을 매고 있는 것 같았다.  


아들은 아내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고 한다.


“엄마! 아빠보고 힘 좀 써서 군 복무 기간 좀 줄여달라고 해주세요. 아빠가 힘을 쓰면 어쩌면 될지도 모르잖아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아들은 아빠의 빽을 동원하려고 했다. 


아들은 아빠가 마음만 먹으면 대한민국 60만 국군장병의 복무 기간까지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아들은 성장하면서부터 아빠의 그런 모습을 늘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부탁을 하면 아빠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서 결국 그 문제를 풀어내는 모습을 가까이서 늘 봐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자식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이다. 안 되는 문제를 되게 하는 것은 민주적인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은 세상에 안 되는 것은 없고 빽만 동원하면 뭐든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자식 앞에서 조심해야 할 부모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 큰 병원으로 급하게 가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조치부터 취할까? 대부분이 아는 사람부터 찾을 것이다. 사돈의 팔촌이라도 수소문 한다. 하다못해 그 병원의 경비라도 알고 있으면 그것조차도 도움이 되는 세상이다.


그렇게 누군가 끼어들기를 한다는 것은 그러한 빽 조차도 없는 누군가의 순서를 뒤로 미루는 일이 될 것이다. 결국은 접수한 순서나 환자증세의 위중함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빽을 동원해서 들이대느냐에 따라 입원 순서가 결정되고 수술 순서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슬프기는 하지만 그것이 엄연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병원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빽을 동원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어제 사업을 하는 친구와 술 한 잔을 했는데 친구는 최근에 이러한 부조리 때문에 손해를 크게 본 모양이다. 친구는 입에 거품을 물고 말했다.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세상까지 바뀐 것은 아닌 것 같아. 착한 사람들만 법을 잘 지키고 살지 빽 좋은 사람은 지금도 온갖 편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다 해쳐 먹고 살아. 그러니 그런 놈들이 결국은 돈을 벌고 떵떵거리며 사는 거야. 우리같이 착실하게 법을 지키며 사는 놈들은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어.”







친구의 말에 강하게 반박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사회는 개인이건 집단이건 가리지 않고 원칙이나 정의를 무시하고 편법과 적당주의가 곳곳에 팽배해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뭐든지 대충대충 하려하고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빽을 동원해서 문제를 풀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그러한 방법이 자랑거리가 된다는 사실이다. 내가 이만큼 힘이 있다는 과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구도 그러한 것을 문제시 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러한 것을 못하는 나만 바보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안 되는 것을 빽을 동원해 되게 하는 사람들, 공공장소에서 함부로 침을 뱉는 사람들, 쓰레기를 아무데나 내 던지고 차선과 신호등까지도 무시하는 사람들, 법과 원칙에 정해진 것을 함부로 어기면서도 문제가 생기면 반성을 하기 보다는 빽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


이러한 관행들이 모여 마침내는 건물에 불이 나고 사람이 죽고 다리가 무너지고 나아가 온갖 비리를 낳게 하여 우리사회를 휘청거리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모든 분야에서 원칙이 강조되고 빽과 편법과 적당주의가 사라져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요즘은 뉴스에 귀를 기울이기가 사뭇 두렵다. 오늘은 어디에서 무슨 사고가 터지지 않았는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안한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날 때마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무총리가 사과를 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과도 한두 번이어야 한다. 자주 듣게 되면 만성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활기차고 신바람 나는 사회는 아닐지라도 원칙이 중요시 되고, 바르고 착하게 사는 것이 바보처럼 사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그런 세상을 우리에게 가져다줄 것인가. 우리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자리에서 그러한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어렵다고 늦었다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하나씩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


나부터, 리더부터. 어른부터...


대원(大原)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김광중 작가님이

얼어붙은 여수의 갱번에 나가서 담아온

겨울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