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법사위 회의서 ‘성추행 전력’ 허위 발언
국회 발언·보도자료 배포는 면책
국회 발언 담긴 동영상 페이스북 게시
“국회 자유로운 발언과 무관… 면책 안돼”
국회의원 SNS 활동 관련 첫 판결
국회 발언·보도자료 배포는 면책
국회 발언 담긴 동영상 페이스북 게시
“국회 자유로운 발언과 무관… 면책 안돼”
국회의원 SNS 활동 관련 첫 판결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기존 직무와 무관한 업무에 배치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노조탈퇴를 종용한 혐의(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을 받고 있는 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피의자 조사를 받으러 지난해 12월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국회의원이 국회 의정활동과 관련된 내용을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 안복열 판사는 김장겸 전 문화방송(MBC) 사장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보좌관 ㄱ씨, 비서관 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조 의원이 김 전 사장에게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조 의원은 2016년 6월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때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김 전 사장이 성추행으로 2개월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또 회의 때 이런 내용을 공개하고, 회의 장면이 담긴 녹화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자 조 의원은 다음날 페이스북 동영상을 삭제했고, 법사위 회의에서도 공식 사과했다.
안 판사는 먼저 조 의원이 국회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과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국회에서 한 직무 관련 발언·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음)을 인정했다. 성추행 전력 여부에 대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중과실 행위를 저지른 것은 맞지만, 사전에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도 고의로 김 전 사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잘못된 내용을 보고하고 사실이 아닌 보도자료를 배포한 비서관 ㄴ씨도 책임을 면하게 됐다. 안 판사는 “보도자료 배포나 국회 질의는 국회의원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보좌진은 질의요지서나 보고서를 통해 의견을 제시할 뿐”이라고 했다. 독자적 결정권을 갖지 않은 보좌진에게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대한 책임을 미룰 수는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안 판사는 조 의원의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선 판단을 달리했다. 안 판사는 “페이스북 동영상은 국회에서의 자유로운 발언과 관련도 없고, 의정활동을 홍보하기 위해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페이스북 영상이 국회 의정활동과 같은 내용이라고 해도, 국회에서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는 취지로 마련된 면책특권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