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성범죄대책위원장에 위촉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원장이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일 고개를 떨구며 사과했다. 서지현(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지난해 박 장관 등 법무부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리며 구조 요청을 했음에도 사실상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나 여론 비난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이날 굳은 표정으로 정부과천청사 브리핑실에 선 박 장관은 “이 문제(서 검사 성추행 피해)를 알게 된 후 법무부 차원의 조처가 국민께서 보시기에 매우 미흡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장관은 “이메일 확인(여부)의 착오 등으로 혼선을 드린 데 대해서도 대단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서 검사의 지난 29일 폭로 직후 법무부는 “당사자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살펴보았으나 아무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대응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이런 대응 태도가 검사들 사이에서 서 검사의 능력과 의도 등을 문제 삼는 등 ‘2차 가해 행위’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서 검사가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지난해 9월 박 장관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밝혔을 때도 법무부는 ‘이메일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받았다’고 정정하는 등 성추행 피해자와 진실공방을 벌이는 듯한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박 장관의 사과와 함께 법무부는 이날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으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을 위촉했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였던 권 원장은 미국 클라크대에서 여성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국내에서 여성·인권 분야 전문가로 활동해왔다.
대책위는 법무부 및 그 산하기관에서 발생한 성범죄의 실태를 점검하고 유사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 등의 활동을 하게 된다. 다만 검찰 관련 성범죄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 ‘성추행 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계속해서 맡게 된다. 대책위 위원은 내부 및 외부위원들로 구성된다. 내부위원은 직렬별(계약직 포함) 여직원들이, 외부위원은 위원장이 지명하는 전문가들로 선임될 예정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서 검사 쪽이 자신의 근무 태도와 업무 능력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 2차 피해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관련해 “서 검사를 음해하는 발언이 나올 경우 엄중히 대처하라는 지시를 검찰에 내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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