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성범죄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박 장관은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성추행 범죄 관련 보고를 했지만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의혹과 관련, 조치가 미흡했던 것에 사과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계기로 출범한 검찰 진상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이 서 검사 사건 이외에 2015년 서울 한 검찰청에서 발생한 여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을 재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조사단은 2일 “2015년 여검사 성추행 의혹 사건의 자료를 (대검찰청에서) 넘겨받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시 검찰 내부에서는 남자 선배인 ㄱ검사가 만취한 여자 후배인 ㄴ검사에 대해 매우 높은 수위의 성폭력을 행사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대검찰청 검찰본부의 조사까지 받았던 ㄱ검사는 사직서를 냈을 뿐 아무런 징계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검찰은 ㄱ검사의 퇴직 당시 그 이유에 대해 “부장검사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라는 석연치 않은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ㄱ검사는 서울중앙지검·법무부 등을 거친 소위 ‘잘나가는’ 검사였고 부친이 검찰 고위직을 지내 검찰 내 인맥도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을 고의로 덮은 것 아니냐”는 등의 뒷말이 나돌았다. 더구나 사건이 발생한 2015년은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시점이어서 성폭행 등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조희진 조사단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고려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이번 조사단 출범을 계기로 당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검찰 내 성폭력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권고한 상태여서, 이번 사건이 서 검사 피해 사례와 함께 검찰의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전망이다. 다만 당시 피해자인 ㄴ검사도 2차 피해를 우려해 징계나 처벌을 원하지 않았던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사단이 이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하더라도 피해자가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
이 사건 외에도 가해자 검사가 사직하는 등의 이유로 무마되거나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낮았다고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 또다른 사건들도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서울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회식 때 후배 여검사를 껴안고 손등에 입을 맞춘 사실이 드러났지만 당시 처분은 ‘경고’에 그쳤다. 해당 부장검사는 아직 현직에 있다. 서울서부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후배 여검사의 손을 만지고 ‘따로 만나자’는 ‘성희롱’성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냈던 사실이 드러났지만 처벌 없이 면직 처분만 받은 적이 있다.
조사단은 이번 주말까지 수사관 등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하고 다음주부터 서 검사를 비롯한 참고인 및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서 검사의 진술을 자세하게 청취하면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의혹 당사자들 가운데 소환 대상자를 추리고 조사 방법 등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이날부터 조사단은 대검 감찰본부로부터 관련 감찰 자료 등을 넘겨받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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