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뇌물 9천만원은 실형, 36억은 집행유예… 재벌에 휜 ‘정의’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7. 16:53

뇌물 9천만원은 실형, 36억은 집행유예… 재벌에 휜 ‘정의’

등록 :2018-02-06 23:01수정 :2018-02-07 09:06

 

이재용 석방, 사례로 본 판결 편향성

방송위에 3천만원 뇌물 1년 실형
한수원 요구에 수동적 뇌물 준 업자엔
정상참작했지만 실형 못 피해
2심 법원, 이재용 뇌물 평가절하

36억 횡령한 삼성총수 풀려났지만
10억 횡령 삼성물산 직원은 징역 4년
“법적용 차별, 이러니 유전무죄 탄식”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항소심 재판부가 36억여원의 뇌물·횡령을 인정하고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면서, 비슷하거나 적은 혐의만으로도 실형이 선고된 일반 사건과 형평성에서 큰 차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법부가 막강한 변호인단을 동원한 ‘재벌 총수’에 한해 처벌받지 않을 특권을 용인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차고 넘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대웅)는 2012년 6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에게 3477만여원의 뇌물을 준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된 아이티(IT) 컨설팅 업체 대표 윤아무개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양형 기준은 3000만~5000만원의 뇌물공여에 대해서는 징역 10개월~1년6개월을 권고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은 36억원인데, 양형 기준상으로 1억원 이상의 뇌물 공여자에게는 2년6개월~3년6개월이 기본형이다. 특히 윤씨 사건 재판부는 당시 “진실을 호도하고 자신의 죄를 숨기려고만 했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 부회장도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리더로 인정받고 싶었던 제가 왜 뇌물을 주고 청탁을 하겠습니까?”라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김동윤)는 2013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게 9100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 등(뇌물공여·배임증재)으로 기소된 납품업체 대표 김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범행의 상당 부분이 한수원 직원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정상을 참작했지만, 김씨는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36억3484만원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라면서도 “특검의 공소제기 뇌물액이 298억2535만원인 점과 비교하면 공소사실의 상당 부분이 받아들여질 수 없고, 특검이 규정한 사건의 본질(정경유착)과는 거리가 있다”며 뇌물 규모를 평가절하했다.

36억원을 횡령하고도 풀려난 삼성그룹 총수와 달리 10억원을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은 징역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수원지법 형사15부(재판장 김정민)는 지난해 12월14일 삼성물산 자금 1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횡령)로 기소된 한아무개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씨가 반성하고 회사에 피해 회복을 약속하고 있다”면서도 “(횡령액이) 거액으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횡령액을 변제한 사실만을 양형 참작 사유로 들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 항소심 판결은 서민, 일반 직원들에 대해 중형을 선고한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사회적 신분에 따라 법 적용에 차별을 가한 것”이라며 “이런 판결 때문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탄식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31158.html?_fr=mt2#csidxaf05ae0787ac080a34cc915e1cffbc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