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비자금, 문재인 공산주의자’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인들에게 전파
공직선거법의 부정선거운동죄 인정
확정 때는 구청장직·피선거권 박탈
카카오톡 메시지로 지인들에게 전파
공직선거법의 부정선거운동죄 인정
확정 때는 구청장직·피선거권 박탈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한 가짜 뉴스를 퍼뜨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이 지난해 4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되지 못하게 하려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신연희(60) 강남구청장에게 벌금 800만원이 선고됐다. 이 벌금형이 확정되면 신 구청장은 구청장직을 박탈당할 뿐 아니라 5년 동안 피선거권을 잃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조의연)는 9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구청장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기초지자체장인 피고인이 카카오톡에서 다수의 대화 상대에게 특정 정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 예정자에 대한 허위사실이나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메시지 반복적으로 전송한 것”이라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하고 여론을 왜곡해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을 훼손하며 피해자(문 대통령)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범죄로 죄질과 범행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구청장은 2017년 2월 집무실에서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 놈현은 국민들에게 솔직히 밝히고 용서를 구했어야지, 종북·좌빨 세상을 만들어 좌빨들의 자자손손이 이 돈으로 잘 먹고 잘살게 하자는 생각에 재물을 지킬려고 자살한 인간! 아래의 놈현·문죄인 비자금·돈세탁 폭로영상을 꼭 보시고 널리 전파시킵시다!’라는 취지로 메시지를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 전송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주어 청렴성을 의심하게 되는 내용인데, 그 내용이 진실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신 구청장이 이 메시지를 보낸 것은 선거법의 부정 선거 운동·허위사실 공표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2016년 12월~2017년 3월 사이 신 구청장이 전달한 ‘공산당 거물들을 독립운동가로 간첩 우두머리와 핵심들을 민족 역사로 둔갑시킨 노무현 정권과 비서실장 북한 공산당 인민회의 흥남지부장 아들인 문재인’, ‘문재인 전대통령 비서실장 시절 김정일 위원에게 보낸 편지…이런 자를 대통령으로 뽑겠다는 젊은이를 보면 공산주의가 얼마나 나쁜지를 체험하지 못해서…’, ‘양산에 빨갱이 대장 잡으로간 태극기 애국보수 국민들!!! 자랑스럽습니다!!!’, ‘세월호의 책임은 문재인에게 있다’, ‘문재인을 지지하면 대한민국은 망하고 문재인은 공산주의자입니다’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재판부는 선거법의 부정선거운동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메시지는 그 자체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해 선거와 관련된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카카오톡의 복사, 붙여넣기, 공유전달 기능을 활용해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전송하는 등의 방식에 비추어보면 피고인에게 대통령 선거에서 피해자가 당선 못 되게 할 인식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강남구청장으로서 선거 유권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여론을 왜곡해 선거의 공정성, 투명성을 훼손시켰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신 구청장은 “강남구청장으로서 국가안보와 경제발전의 기폭제 역할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타인이 작성한 정보를 특정 지인에게 전한 것은 언론 자유에 해당한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