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평창겨울올림픽

[평창 올림픽]고통 참으며 달려온 4년…금만큼 값진 ‘아름다운 피날레’ / 경향신문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19. 05:17

[평창 올림픽]고통 참으며 달려온 4년…금만큼 값진 ‘아름다운 피날레’



                        

ㆍ이상화 3연속 올림픽 메달
ㆍ작년 시즌 내내 종아리 통증하지정맥 수술 후 기량 회복
ㆍ고다이라에 내줬지만 자신과의 싸움 끝내고 눈물


<b>라이벌과 나란히</b> 이상화(왼쪽)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1위를 차지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경기장을 돌면서 인사하고 있다.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라이벌과 나란히 이상화(왼쪽)가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이 확정된 뒤 1위를 차지한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와 함께 경기장을 돌면서 인사하고 있다. 강릉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이상화(29·스포츠토토)의 눈에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4년을 별렀던 레이스, 그리고 마지막이 될지 모를 올림픽 레이스였다. 세 번째 올림픽 금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그 못지않게 값진 은메달.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빙상장을 도는 이상화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연신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약간의 아쉬움과 모든 게 끝났다는 후련함,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이 복잡하게 교차한 눈물이었다.


관중석에서 바라보던 어머니 김인순씨(57)와 아버지 이우근씨(61)도, 이상화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관중들도 모두 눈시울이 붉어졌다. 관중석에서 “울지마” 함성이 메아리 쳤다. 어머니의 가슴은 더더욱 미어졌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부터 정상을 독주했던 그가 평창에서 아름다운 피날레를 위해 고통을 참으며 달려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화는 고질적인 왼쪽 무릎 부상을 안고 선수 생활을 해왔다. 연골이 닳아 없어져 수시로 물이 찬다. 그래서 무릎이 퉁퉁 붓는 게 일상이다. 이상화는 수술 대신 근육을 늘리는 재활로 부상을 견뎌냈다. 수술대에 오르는 대신 근육을 늘린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늘어난 근육에 상대적으로 다리 혈관이 좁아져 허벅지 위까지 하지정맥류 증세가 심해졌다. 170㎏짜리 바벨을 들어올리고, 자전거로 강원도 산악 지대를 달리며 다졌던 ‘금벅지’가 오히려 고통이 되는 아이러니였다. 아픈 다리는 성적 추락으로 이어졌다. 소치 올림픽 이후 네덜란드로 유학을 떠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에게 정상도 내줬다. 고다이라는 ‘성난 고양이’처럼 등을 구부리고 머리를 세워 달리는 주법으로 2016년부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평창 올림픽 직전까지 무려 24연승을 달렸다.


이상화는 2016~2017시즌 내내 종아리 통증에 시달렸다. 지난해엔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기도 했다. 그 다리로 평창 올림픽 전초전으로 불렸던 지난해 강릉 세계선수권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모두 은메달을 따냈지만 고다이라는 늘 그 앞에 있었다. 이번 시즌 고다이라와의 최종 맞대결에서 6전 6패. 어머니는 “힘들게 운동하는 모습이 애처롭다”며 은근히 은퇴를 권유하기도 했다.


이상화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다”며 평창 올림픽까지 은퇴를 미뤘다.


이상화는 자신의 의지대로 일어섰다. 이상화는 지난해 3월 선수 생활을 위해 꺼렸던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면서 제 기량을 되찾았다. 통증이 줄어드니 훈련량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기량도 살아났다. 특히 승부처인 자신의 스타트와 100m 동작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분석해 고다이라와의 차이를 좁혀갔다. 그 효과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마지막 무대였던 평창 올림픽에서 잘 드러났다. 이상화는 첫 100m를 고다이라보다 빠른 10초20으로 주파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한 번 주춤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래도 좋았다. 이상화는 “최선을 다했으니 격려해 달라”고 말했다.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었지만 3회 연속 올림픽 메달도 위대한 업적. 최선을 다한 이상화가 자랑스럽게 여겨도 될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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