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정신적인 지도자는 고 한경직 목사님과 김수환 추기경님입니다.
한경직 목사님을 존경하는 것은 그분이 한평생을 명예와 권력과 재물과는 거리가 먼 청빈과 겸손과 사랑의 정신으로, 가난하고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의 안식처와 친구가 되어 주시고, 한국교회와 민족이 어려움을 당할 때에는 온화한 미소와 인자한 모습으로, 화해와 일치를 위해 힘써 기도하여주시고, 민족의 복음화와 평화적 통일을 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그 일들을 주도하시면서 세계평화와 선교를 위해, 한 알의 썩어지는 밀알과 녹아지는 소금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김수환 추기경님을 존경하는 것은 47세의 최연소 나이로 추기경(樞機卿)이 되신 이후 30년 동안 교황 요한 바오로 6세를 두 차례나 한국에 초청하여 천주교의 위상을 높이고, 한국천주교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한평생을 한경직 목사님과 같은 생애를 통하여, 같은 목적을 향해 헌신하고, 겸손한 자세로 섬김의 봉사 생활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두 분은 역대정권하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며, 대통령의 잘 못을 직언을 통해 시정하게 하고, 반대에 섰던 사람들에게는 격려와 충고도 하면서, 사회의 안정과 화해를 위해 헌신 하셨습니다. 이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던 두 분 모두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두 분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실 때 영락교회와 명동성당에는 이념과 계층, 세대를 넘어 수많은 추모 행렬이 이어졌고, 그 속에 흐르는 뜨거운 간구 속에는, 우리국민들이 그간 얼마나 사랑과 겸손에 목말라 하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 징표라고 생각됩니다.
2000년 4월에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신 한경직 목사님과 지난 2월에 선종(善終)하신 김 추기경님이 남긴 소박한 유품 속에서, 끝없는 섬김과 진정한 낮춤의 실재를 그분들의 생을 통해서 확인한바 있는 우리는 두 분이 동시에 남기신 “내 탓 입니다.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 하세요”라는 교훈은 두 분의 유언인 동시에, 겸손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향한 온 국민의 발언(發言)이며, 소망(所望)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 같은 죄인과 인류를 위해 십자가의 고난을 당하신 우리 주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주간을 맞아 두 분의 정신적인 민족의 지도자를 먼저 가시게 한 것이, 더한 층 아쉽고 그리워집니다.
(2009.04. 장로신문 연지탑에서)
장로신문논설위원. 한국장로문인회 상임고문. 국제PEN한국본부자문위원
'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소설) (0) | 2018.04.04 |
---|---|
[스크랩] 자신과 나라를 병들게 하는 음주, 폭음, 폭력문화의 해독-김상태- (0) | 2018.03.07 |
[스크랩] 인요한 박사님의 눈물겨운 하소연 (0) | 2018.03.07 |
[스크랩] 무술년 입춘대길의 명암(明暗)을 어떻게(장로신문사설:2018.2.3.) (0) | 2018.03.07 |
[스크랩] 송년 소원시 / 이 어 령 (0) | 2018.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