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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내기 즐기던 호킹, ‘블랙홀 전쟁’ 패하자 깨끗이 승복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3. 15. 14:21

과학내기 즐기던 호킹, 블랙홀 전쟁패하자 깨끗이 승복

등록 :2018-03-14 17:19수정 :2018-03-14 20:26

 

스티븐 호킹, 76살의 나이로 별세
블랙홀·우주론 관련 새로운 이론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업적 이뤄
블랙홀 전쟁 등 동료들과 내기즐겨
솔직하고 용기 있는 패배 인정 화제
에너지를 방출(열복사)하는 호킹 블랙홀의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에너지를 방출(열복사)하는 호킹 블랙홀의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진단을 받았던 21살 청년은 역경을 이겨내고 10여년 뒤에는 새로운 블랙홀 이론을 밝힌 30대 이론물리학자로 우뚝 성장했다. 14일 별세한 영국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6)은 모진 질병을 견뎌낸 인간 승리의 표본이면서 또한 과학계에 블랙홀과 우주론 연구로 혁신적인 업적을 남긴 뛰어난 물리학자였다.

호킹의 대표 업적은 그의 나이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주로 이뤄졌다. 그는 당시엔 그저 모든 것을 빨아들일 뿐인 ‘검은 구멍’ 천체이던 블랙홀의 여러 성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특별히 그의 업적을 빛낸 것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접목한 그의 도전 덕분이었다.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던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은 그의 머리에서 접목돼, 블랙홀과 우주론에 관한 새로운 이론들이 태어났다. 1974년 그의 블랙홀 이론은 ‘호킹’이라는 이름을 과학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중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물질은 열복사의 형태로 그 중력을 벗어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입증해냈으며, 블랙홀도 에너지를 방출(복사)하기에 결국에는 조금씩 증발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당시엔 급진적 이론으로 여겨진 그의 이론은 블랙홀의 역동성과 여러 성질을 이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블랙홀이 방출하는 열복사는 이제 ‘호킹 복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그해에 호킹은 최연소인 32살에 영국왕립학회의 회원(펠로)에 추대됐으며, 이후 한동안 ‘에딩턴 메달’, ‘아인슈타인 메달’을 비롯해 물리학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1979년 케임브리지대의 루카스 석좌교수에 부임해 2009년까지 재직했다. 1980년대에 호킹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을 다루며 블랙홀과 우주론 연구를 계속해, 우주대폭발(빅뱅) 이전의 특이점이나 빅뱅 직후의 급팽창(인플레이션)에 관한 여러 연구물을 발표했다.

호킹의 블랙홀은 흥미로운 과학 논쟁 에피소드를 남겼다. 그는 블랙홀에 빠져든 물질은 모든 것이 파괴돼 모든 정보가 불가역적으로 영원히 사라진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는 물질은 보존된다는 원리와 충돌을 빚었다. 이른바 ‘블랙홀 정보 패러독스’라 불린 이 문제는 레너드 서스킨드 같은 저명한 양자이론가들의 반박을 받으면서 ‘블랙홀 전쟁’이라는 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쟁은 2004년 호킹이 스스로 패배를 선언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호킹은 그해 7월 일반상대성과 중력이론을 주제로 한 국제학회에서 자신의 주장이 틀렸으며 동료 물리학자와 했던 ‘과학 내기’에서 졌다고 발표해, ‘솔직하고 용기 있는’ 패배 인정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2014년엔 블랙홀에서 정보가 영원히 소실된다는 주장이 “최대의 실수”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과학 내기’를 즐겨했는데, 힉스 입자 검출 이후인 2013년 11월에 호킹은 “힉스 입자 발견으로 개인 비용을 치르게 됐다”면서 “힉스 입자를 발견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시간대의 케인 교수와 내기를 했는데 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자 호킹의 생애에서는 과학 강연이나 과학책 저술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호킹이 집필한 책은 난해했지만 세계 각지의 많은 독자들에게 팔렸다. 스테디셀러로 <시간의 역사>(1988), <호두껍질 속의 우주>(2001), <그랜드 디자인>(2010) 등을 남겼다. 나이가 들수록 병세는 나빠졌지만 휠체어를 탄 호킹은 컴퓨터와 음성장치의 도움을 받아 강연과 대중 활동을 열성적으로 계속해왔다.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36073.html#csidx3861d36b4216ec68de52d732de550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