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리비아를 공식 방문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수도 트리폴리에서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악수를 하고 있다. 트리폴리/AFP 연합뉴스
니콜라스 사르코지(63) 프랑스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리비아로부터 수백만 유로 상당의 선거 자금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7년 리비아 지도자였던 무아마르 알 카다피(1942∼2011)로부터 불법 자금을 동원해 선거 운동을 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도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파리 서부 낭테르 경찰서에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쪽 변호인은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 측근으로 꼽히는 브리스 오르트푀도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2007년 프랑스 23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2012년 임기를 마쳤다. 프랑스 당국은 2013년 4월 리비아 쪽 불법 자금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 쪽으로 흘러들어 간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이어왔다. 2016년께 프랑스의 레바논계 사업가인 지아드 타키에딘이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캠프 관계자인 클루드 게옹에게 500만유로(약 66억원)가 담긴 서류가방을 전달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타키에딘은 2006년과 2007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카다피의 정보국장으로부터 500만유로를 받았고, 3차례에 걸쳐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게옹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수사당국은 카다피 쪽이 사르코지 선거 운동자금으로 최대 5000만유로를 건넸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선거 운동 모금액(2100만유로)을 2배 이상 훌쩍 넘는 규모이며, 프랑스에서 선거 자금을 외국에서 조달하는 것 또한 위법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카다피를 프랑스에 국빈 방문 형식으로 초청해 예우했다. 그러나 2011년 들어 프랑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소속으로 카다피 정권을 수호하던 리비아군을 공격, 카다피 정권이 전복되는데 일조했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그간 이런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터무니없다”며 부정했다. 그는 이미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경선에 출마해 제25대 대통령 자리를 노렸지만, 지지율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자 자진해서 사퇴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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