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읽어보면 공자께서 사모하고 숭배하면서 따르려 했던 사람이 세 분입니다. 요(堯)와 순(舜)이 최고라면 요순과 똑같이 여겼던 사람이 주공(周公)이었습니다. 오죽했으면 평천하(平天下)의 꿈에 부풀어 천하를 경륜하려던 젊은 시절에는 밤마다 꿈에 주공이 나타났으나, 나이 들어 쇠약해지자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을 정도로 주공은 공자의 멘토였습니다. 그러한 주공이었지만 “주공과 같은 재능과 아름다움을 지녔더라도 자신의 잘함만을 자랑하고 잘못하는 일을 고치는 데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如有周公之才之美 使驕且吝 其餘不足觀也已:泰伯)라고 공자는 말했습니다.
주공과 같은 대성인(大聖人)에게도 교만과 인색함이 있다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는데, 더구나 일반 사람들일 경우야 말해서 무엇하겠습니까. 이 부분의 경문(經文)에 주자도 많은 주석을 달았고 성호 이익(李瀷)도 참 많은 주석을 달았습니다. 다산은 여러 선현들의 의견에 큰 이론을 제기하지 않고, 다만 “교만은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고 인색은 베푸는 일에 인색함이다(驕 矜己也 吝 嗇施也:『논어고금주』)”라고 말했는데 성호의 『성호사설』에는 이 경문에 대한 너무나 훌륭한 해석이 열거되어 있습니다.
“교만하면 오만하여 남을 능멸하고, 인색하면 인재를 발탁해 현달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니, 천하의 군자들 가운데 머리를 조아리며 함부로 나올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고 말하여 남을 능멸하는 교만, 자기의 잘함만 자랑하면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성호는 풀어서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공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벼슬하지 않는 선비에게 폐백을 가지고 찾아가 스승의 예를 갖추어 만난 사람이 12인이었고, 궁벽한 마을의 가난한 집으로 찾아가 만난 사람이 49인이었다”라고 말해 어진 인재 찾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가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주공에게 좋은 정책을 건의해주는 사람이 1백 명이었고, 주공이 가르친 선비가 1천 명이며, 조정의 벼슬아치가 1만 명이었다고 말합니다.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주느라 먹던 밥을 입에서 세 차례나 뱉고 머리 감다가 세 차례나 머리털을 움켜쥐고 사람을 만나주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주공의 부지런함을 자랑했습니다.
지난해 갑자기 정권이 바뀌면서 편향된 인사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동안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노력한 이른바 운동권 인사들이 대거 권력자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그들의 공로가 아주 크고 능력까지 빼어나다면 얼마나 합당한 인사인가요. 문제는 공자의 말씀에 있습니다. 행여라도 교만하여 남을 능멸하는 경우가 있거나, 자기만 뛰어난 인재라며 현능한 인재 고르기에 인색하다면 나라는 가는 길이 뻔합니다. 이 정권이 어떻게 들어섰습니까. 민주주의도 신장되고 남북문제도 화해로워지면서 희망적인 일들이 전개되고 있지만, 경제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있고, 인재 발탁도 만족할만한 수준은 못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때를 잘 만났고, 운이 맞아떨어져 권력자가 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제발 ‘교차인(驕且吝)’이라는 세 글자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주공처럼 인재 찾기에 온 정성을 다하고, 자기보다 현능한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권력은 유한하고 때는 가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정책을 건의해 주는 사람이 1백 명이 넘었다는 주공의 겸양을 배우기를 권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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