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요란한 벨 소리(수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6. 9. 08:17

요란한 벨 소리(수필)|소설, 콩트, 에세이, 칼럼

은혜 | 조회 8 |추천 0 |2019.06.07. 11:49 http://cafe.daum.net/seungjaeoh/J74U/77 


지금 대전의 대덕구 오정동이 개발되기 전 1980년 초에는 오늘날 오정교회 주변은 과수원과 딸기 밭이었고 용전동 넘어는 공동묘지가 있는 언덕이었고 그 넘어 700m 쯤 떨어진 곳에 옛 아파트가 몇 채 있었다. 은퇴 하신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곳에 이주해 살고 계셨는데 우리는 가끔 막내 애를 데리고 부모님을 찾아뵈러 다닌 적이 있었다. 막내가 다섯 살쯤 되었을 때다. 그 때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꼬마는 그 동안 잠들어 버렸었다. 깨워서 데려 올려다 그냥 눕혀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벽 2시쯤 되어서였다. 요란한 벨 소리 때문에 우리는 놀라 일어났다. 네 살 박이 막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밖에 서 있었다. 집에 데리고 와서 보니 신발에 못이 꽂혀 발바닥에서 피가 나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뛰어 온 것이었다. 어른도 밤에는 무서워하는 공동묘지를 어떻게 혼자서 찾아온 것이었을까? 후에 어머니는 애가 일어나 집을 나가는 것을 보고 계속 뒤 따라 왔다가 집 앞에서 벨을 누르는 것을 보고 가셨다고 했다. 막내라선지 그 애는 어머니를 그렇게 떨어지기 싫어했다. 위 형과는 6살이나 떨어진 막내였다.

형들이 소풍을 가면 그는 그것이 부러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가방에 김밥과 과자 등 군것질 할 것을 싸주는 것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다. 아내는 그 애에게도 똑같이 가방을 챙겨 주었는데 그는 점심때면 앞집 솔밭으로 터벅터벅 혼자 갔었다. 앞집은 꾀 큰 저택이었는데 그 정원은 자연 동산을 그대로 이용하여 조경을 했기 때문에 소나무와 다른 잡목들이 우거져 있었다. 아내는 그 애가 어떻게 하나 몰래 가서 훔쳐보곤 했는데 김밥부터 꺼내서 큰애들처럼 잘 먹었다고 귀여워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책보를 던져두고 밖에 나가 친구들과 늦게까지 놀다 와서는 저녁을 먹으면 곧 잠 들어버렸다. 그리고는 아침에 일어나면 숙제를 못했다고 울었고 그럴 때는 늘 형들에게 혼났었다.

초등학교 사 학년 때 그는 아내를 따라 내가 유학하고 있는 미국에 왔다. 형들은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중고등학교에 다녀야 했는데 그는 그때도 어머니를 따라 어려서 온 것이다. 학교에서는 영어를 못해 억울한 일을 당하면 집에까지 울고 왔는데 어쩔 때는 축구를 잘해서 골인을 몇 번 시켰다고 자랑스럽게 뽐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제일 가까이 오래 살았던 애다. 그런 어린애가 이제는 다 커서 어른이 되고 가정을 이루어 훌륭한 직장에서 일 하고 있다.

우리는 댈러스 공항에서 한국을 향해 떠나는 비행기에 좀 늦게 탑승했다. 그냥 집에 가도 된다고 몇 번 말해도 그는 떠나지 않고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탑승하려고 표를 점검하는 출입구를 막 지나려 할 때 그는 어머니에게 봉투를 전했다.

한국 가면 이걸로 냉장고 사요.”

우리는 15년도 넘은 냉장고를 쓰고 있기 때문에 고장이 잦았다. 그러나 늘 고쳐 써서 별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신경 쓰지 않게 새 것을 사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가 트랩에 오르기 전에 이렇게 쥐어 준 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양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인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어린애가 어른이 되어 부모를 보살피게 되다니우리가 벌써 자녀의 보살핌을 받을 나이가 되었다는 말인가?)

그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큰 회사에서 대우를 받으면서 잘 일하고 있다. 아내는 창가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비행기를 타면 먼저 기도를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것이 안전한 이륙을 위한 것이었는지 막내가 커서 어머니를 돕게 된 것이 감격스러워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내 한 한국 여자 손님 한 분이 옆자리로 와서 물었다.

아드님이세요?”

누가요?”

키 큰 젊은이가 떠나지 않고 계속 보안검사 하는 쪽을 바라보고 혼자 서 있던데요.”

손을 흔든 뒤 그것은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이었다.

어떻게 우리 앤 지 아세요?”

제가 두 분 뒤에 나오면서 서로 인사하는 것을 보고 있었거든요.”

그건 우리 막내가 분명했다. 얼마동안 또 다른 감격이 우리를 울컥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