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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수작가의 인물산수화

성령충만땅에천국 2011. 8. 23. 10:41

 

박노수작가의 인물산수화.jpg

박노수작가의 인물산수화

박영택 교수 경기대학교 미술학부 / 미술 평론가

사실 동양회화에서 인물산수화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인물산수화는 자연속에 거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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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산수화라고 말하지만 산수화에는 대개 집과 인물이 존재하고 있어서 인물산수화라고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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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물은 거의 한사람이 등장합니다. 혹은 동자라고해서 시중드는 작은아이가 따라 등장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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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 다리를 건너서 찾아오는 친구라던가 저편에서 오는 누군가가 존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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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산수화는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냐면 자연이라고 하는 공간에 인간이 어떻게 거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것들을 보여주는 그런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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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서 동양에서 산수화가 그려졌다고 하는 것은 가장 바람직하고 가장 군자적이라고 할까, 이상적인 인간의 삶이 어떠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교훈적인 그림이라고 말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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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인물산수화에서 인물은 자연속에 휴지하고 있습니다. 즉 매우 고요히 앉아있거나 서있거나 공부하고 있거나 물을 바라보고 있거나 저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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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그림을 보는 우리로 하여금 그 인물의 뒷통수의 눈길을 따라주어서 그 사람을 보고 있는 어떤공간을 바라보고 있는 체험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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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말해 인물산수화의 인물은 그림 보는 관자들을 그 자리에 위치시키겠다고 하는 발상에서 나옵니다.

이 그림은 남정 박노수라고 하는 작가의 그림입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그 곳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지금은 정년을 하시고 원로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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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그림은 간결합니다. 아주 그냥 날카롭고 세련된 정확해보이는 몇가닥 선들이 축축 소리를 내면서

드리워져 있고, 바위와 나무 그리고 도포나 모자를 쓴 젊은 선비만이 위치하고 있는 그런 단촐한 그림입니다.
오늘같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묘한 여운을 남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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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통적인 인물산수화 그대로 재현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또 오늘날 그런 산수는 존재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이 그림은 우리에게 동양에서 인물산수화는 무엇이었을까 동양인에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바람직한 인간의 삶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것을 새삼 알려주는 그림에 속한다고 할수 있습니다.

철선며라고 일컬어지는 철사같이 가는 이 선들은 동양회화야 말로 선의 예술임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 위에 설체로 감각적인 색체가 그려져 있습니다. 노랑과 파랑과 녹색이라고 하는 이 색상은

현실계의 색상보다는 좀 다른 차원에서 초월적이거나 이상적인 경지를 보여줍니다.
그 안에 선비 한 사람이 가만히 서있습니다. 그는 저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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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로 하여금 저쪽 세계를 저 자연안으로 시선을 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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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선비는 그 어떤것도 소유하고 있지않지만 고요하고 청정한 자연 속에서

끝없이 저 내부를 바라보고 있는 그런 시선을 안겨줍니다.
텅빈 화면은 무한한 세계를 연상시켜주고 그 무한한 세계를 끝없이 냉철하게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삶의 한 자세가 아닌가를 넌지시 알려주는 그런 그림입니다.
다분히 장식적이고 또 매우 감각적인 그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은 화면은 상당히 세련된

감수성과 감각으로 오늘날 전통적인 인물산수화라는 것이 어떻게 환생할 수 있는가 알려줌과 동시에
여전히 오늘날 이 각박하고 부산한 도시적 삶에서 또 무한경쟁에 시달리는 현실의 각박함 속에서
새삼 우리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여운이 짙게 풍기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이 바로 동양화의 세계였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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