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2층 단독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파란 잔디가 잡초와 함께 자라고 있고 마당가에는 정원수 몇 그루가 아무렇게나 심어져 있는데 저는 이 집에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 2층에 올라가면 아주 딴판입니다. 여수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경치가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20년 전에 이 집을 구입해서 이사를 올 때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습니다. 그래서 넓은 거실과 테라스까지 넓은 2층이 그리 필요치 않았습니다. 바쁜 우리 부부에게 넓은 공간을 청소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신혼부부가 어느 분의 소개로 저희 부부를 찾아왔습니다. 그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으니 1~2년 후에 집을 사서 나갈 때까지만 2층을 전세로 좀 주시면 안 되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 부부의 인상이 너무나 순하고 좋았습니다. 그들을 보니 과거에 우리가 힘들게 살았던 신혼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빨리 나가는 조건을 달고 아껴두었던 2층을 전세로 빌려주었습니다.
20년 전에 계약을 할 때 월세 없이 보증금 2천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돈 벌어서 빨리 나간다고 하니 일부러 보증금도 아주 적은 금액으로 책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20년이 넘도록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빨리 안 나가냐?”고 물어도 “조금만 더 있다 갈께요.”하며 웃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전세 보증금은 20년 전과 똑같이 2천만 원 그대로였습니다. 내가 올린다는 얘기도 안 했고 그 친구들이 올리자는 얘기도 안 했습니다.
20년 동안 수돗물 값도 한 푼 받지 않았습니다. 그냥 가족이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때는 20년 치 수돗물 값도 한꺼번에 청구하겠다고 협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들이 너무 착해서 나가라는 얘기 한 번을 못했습니다.
20년 전에 쓴 전세 계약서도 그 이후에 다시 쓴 적이 없습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전세계약서를 가지고 20년 동안 살았습니다.
이들 부부에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드디어 이 친구들이 새집을 구입해서 이사를 갔습니다. 만세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막상 나간다고 하니 얼마나 서운하던지요. 집주인이 독해야 집 없는 사람이 독하게 돈을 모은다는데 그들을 보내면서 그것이 오히려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20년 만에 어렵게 되찾은 2층을 어떻게 꾸밀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큰 아이가 벌써 2층을 눈독 들이고 있는 눈치입니다. 아무래도 우리 집 2층은 끝까지 제 몫이 안 되려나 봅니다.ㅎ
저는 내일 새벽에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에 다녀오겠습니다.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나가는 해외여행입니다.
지금부터 31년 전인 1988년에 서로 맘에 맞는 친구들 7명이 형제 같이 의지하며 살자는 취지로 모임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때는 모두 총각이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결혼해서 가족도 늘었습니다.
30여 년 동안 매달 만나는 모임인데 지금까지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7쌍의 부부가 매달 만나는 것도 부족해서 맛있는 것이 있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득달같이 달려와서 서로를 챙기는 친형제 같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제가 너무나 바삐 살다보니 저 때문에 모임의 회비를 잔뜩 모아놓고도 해외여행 한 번을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좀 한가해 보이니 친구들이 바로 해외여행 계획을 잡았습니다. 이때 아니면 부부동반 해서 해외여행 갈 기회가 없다고 하면서...
2박 3일의 짧은 일정을 잡았습니다. 그것도 바쁜 저 때문에 긴 일정을 잡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갈까 하다가 일본 꼴 보기 싫다며 중국 청도로 정했습니다. 그냥 큰 일정 없이 콧구멍에 바람 쐬러 갑니다.
다녀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박완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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