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의 여행 스케줄은
아이들에게 모두 일임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아이들이 짜놓은 계획대로 따라만 다녔습니다.
굳이 부모가 여기가자, 저기가자고 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다만 일정을 무리하게 짜지 말라는 부탁만 했습니다.
쉬엄쉬엄 다니고 싶었거든요.
그곳에서의
모든 여행이 기억에 남았지만
우도에서의 여행은 특히 더 즐거웠습니다.
아내를 독일군 오토바이 같은 전기 바이크에 태우고
우도를 한 바퀴도 아니고 두 바퀴나 뺑뺑 잡아돌았습니다.
아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신나게 다녔습니다.
27년만의 가족여행이지만 여행 내내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난생처음 떠나는 가족여행이었고 4박 5일 동안 온 가족이 함께 있다 보니
여행 첫날부터 의사소통에 약간의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제가 아이들 앞에서 정말로 고쳐야 할 말버릇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아이들에게 말을 할 때 군대에서처럼 명령조로
말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거 해, 저거 해, 안 돼, 뭐라고??
저는 몰랐는데 이런 식인가 봅니다.
같은 말을 해도 조용조용히 말을 해도 충분한데
목소리 톤을 높여서 아이들에게 오해를 살 때도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그랬던 것 같은데 아이들은 그동안 그것을 참았고
저만 그 사실을 당연하듯 모르고 있었습니다.
딸을 키우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보면
말 한 마디를 해도 얼마나 살갑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아들만 둘을 키우다 보니 평상시 말버릇이
명령조로 딱딱 부러지게 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평상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는데
아이들은 “아빠가 또 화가 났나봐.”하면서 당황해 하는 것을 보며
그 상황에 말을 한 제가 오히려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그러한 거친(?) 말 때문에 상처를 주기도 하고
여행 중에 아이들과 한 시간 동안이나 말을 안 하기도 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이 그랬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워낙 착하다 보니
제가 아이들을 이해할 때보다 오히려 아이들이
아빠인 저를 이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사실도
이번 여행에서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사업한다고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나
부자 간에 서로 대화다운 대화를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 부자지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저의 부족을 알게 하고
아이들의 아픔까지 이해한 이번 여행이 정말로 소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이 그동안 가정에서 독재자처럼 일방통행을 일삼은
저의 잘못도 깨닫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 날에 우리 가족은
난생 처음으로 노래방이란 곳을 갔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정말로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노래발엘 갔습니다.
저는 제 아이들이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습니다.
저는 난생 처음 들어보는 노래인데 아이들이 얼마나 잘 부르던지요.
아이들도 점점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분위기를 보니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
서로가 미리 짜지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한 소절씩 나눠서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보아 아이들끼리는 노래방엘 여러 번 갔던 모양입니다.
아이들도 난생처음 아빠와
노래방에 왔다는 사실 자체가 기분 좋았나 봅니다.
아이들 손에 이끌려 억지로 따라는 갔지만 사실 조금은 어색했거든요.
저도 그곳에서 몇 곡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부르는 것보다 아이들이 부르는 것을 보는 것이
훨씬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어느새 훌쩍 커 버린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4박 5일의 일정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많은 분들이 방 걱정을 해주고 먹는 걱정을 해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 사랑하는 저의 마음을 듬뿍 보내드립니다.
이번 여행은 가족 간에도 제가 고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던 소중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계속해서 저는 가정 내에서 일방통행으로 살았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가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동안 너무나 소홀했던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여행을 하면서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