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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8. 5. 월요일 / 참으로 오랜만에 사랑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8. 6. 04:12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8. 5. 월요일 / 참으로 오랜만에 사랑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김동호목사의 매일칼럼

스티그마 | 조회 20 |추천 0 |2019.08.05. 07:58 http://cafe.daum.net/stigma50/Dhpk/2620 


김동호 목사 Facebook. 2019. 8. 5. 월요일

참으로 오랜만에 사랑하는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1.
폐암 수술만 끝나면
항암 주사 맞으면서도 왠만한 일정 다 소화할 줄 알았습니다.
아내와 아들들이 쉬어야 한다며
빼곡한 약속들 다 취소하게 하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교회와
여러분들에게 혼란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2.
항암주사
와 이거 만만한거 아니었습니다.
제가 남들보다 도 조금 더 심하게 겪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다.
눈꺼풀 들 힘도 없다는 말이
그냥 표현이 아니라
사실임을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3.
1
차 항암 때는
구토와 메슥거림 때문에
열흘 먹지 못했습니다.
2
차 때는 열 사흘 먹지 못했습니다.
이번 3차 때는 또 어제까지 열흘 먹지 못했습니다.

그러면 체력이 바닥이 납니다.
암 환자들이
암으로 죽는게 아니라
굶어서 죽는다는 말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먹지 못하면 체력이 바닥이 납니다.

체력이 바닥난다는 말을 생전 처음 몸으로 겪었습니다.
쉬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쉴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쉴 수 있는 체력까지 바닥나면 쉬는 것도 힘이 듭니다.
쉬어지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잠도 마찬가지입니다.
잠도 힘이 있어야만 잘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4.
특히 지난 나흘간은
잠과의 전투였습니다.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멜라토닌이라는 약을 먹어도 잠을 잘 수 없어서 참 고통스러웠습니다.

결국
어제는 교회도 가지 못하고
우리 교회 장로님 근무하시는 2차 개인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서
주사를 맞고 몇 시간 푹 자고 왔습니다.
자는 동안 영양제도 맞고요.
잠을 자고나니 살 것 같았습니다.

5.
큰 손녀 한 살 반 때
큰 아들이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갔었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거기서 태어났습니다.
8년 지내다가 한국에 들어온 지 벌써 5년이 지난 것 같습니다.
큰 아이가 한 두 주간 미국 뉴욕 출장이 잡힌 김에
5
년 만에 휴가 겸 가족들 다 데리고 뉴욕엘 간답니다.
마침 뉴저지에 우리 큰 며느리 동생이 살고 있어 아마 거기서 지낸다는 모양입니다.

6.
미국 가기 전 한 일주일 정도
우리 집에서 지내다가 여기서 미국을 간다며 어제 집으로 올라왔습니다.
큰 아들네가 다 올라오는 김에
둘째네와
셋째네가 다 저녁에 집으로 참으로 오랜만에 모였습니다.
손주 다섯
며느리 셋
아들 셋 오랜만에 모이니 좋습니다.

손주 다섯 놈이 할아버지 안마해 준다며
한꺼번에 올라탔습니다.
두드리고
발로 밟고
주무르고
힘들 줄 알았는데
힘들지 않았습니다.
좋았습니다.

행복하고...
감사하고...

7.
참 신기한 일입니다.
첨으로 몇 숟가락이지만 저녁을 먹었습니다.
첨으로 참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잤습니다.
저녁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꿈도 꿀 수 없었던 일입니다.
오늘 새벽에 깨보니
전혀 딴 사람이 되어있었습니다.

8.
이제 한 번 남았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4
차 항암주사 안 맞겠다고 그럴까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아나면
또 용기가 생깁니다.
고난의 끝을 알면
고난을 직면할 용기가 생기는가 봅니다.

9.
앞으로 남은 기간
무지막지하게 떨어진 몸무게(드디어 60kg 선이 무너졌습니다)
열심히 회복하여
4
차 주사 잘 맞고
잘 회복하여
얼마가 남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열심히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독수리가 나이 들면
바위에 자기 부리를 쪼아 다 부서트리고
새 부리가 나기를 기다린답니다.
깃 털도 그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 부리
새 깃털로
새로운 비행을 시작한답니다.

10.
이제까지의 제 인생은
특별하신 하나님의 은총이었습니다.
그런데 뭘 더 주시려고
이 과정을 겪게 하시는지 기대되고 흥분됩니다.
이번 과정을 통하여
인생을 다시 보게 됩니다.
하나님을 또 다시 보게 됩니다.
죽음의 바닥을 코 앞에서 보고 겪고 보니
생명의 아름다움과 귀함이 느껴집니다.

11.
잘 살겠습니다.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추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리고
미련 없이 하나님께 가겠습니다.

12.
그 동안
페이스북 그리웠습니다.
여러분 보고 싶었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