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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 장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9. 11. 13. 01:37

[기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 장훈

등록 :2019-11-07 18:09수정 :2019-11-08 02:05



 

장훈ㅣ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장준형군 아빠


지난달 31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 중간발표 내용은 참으로 충격적이었습니다. 2014년 4월16일 오후 5시24분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단원고 아이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결국 사망했습니다. 당시 원격진료를 맡았던 의사는 아이를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장에 있던 담당 해경조차 응급한 환자니 빨리 헬기로 옮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이륙한 헬기는 생명이 위태로운 단원고 아이를 버려두고 김수현 서해해경청장만 태우고 갔습니다. 그날 우리 아이는 세번이나 헬기를 타고 갈 기회가 있었으나 그 생존의 기회 모두 해경 지휘부에 의해 빼앗겼습니다. 이는 명백히 해경이, 아니 당시 대한민국 정부가 생존자를 직접적이고 의도적으로 살인한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입니다. 250명 아이들을 비롯해 304명의 희생자 모두가 바로 이 잔인한 해경과 정부에 의해 학살당한 겁니다.

참사 당시 해경은 항공수색을 비롯한 적극적 구조구난을 하지 않았습니다. 해경은 심지어 육경과 해군, 미군의 항공 지원까지 모두 거절했고, 출동한 응급헬기들마저 팽목항으로 철수시켰습니다. 그날 구조에 동원된 헬기는 단 3대뿐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 당시 전격적인 항공 구조와 퇴선 명령이 있었다면 우리 304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참사 이후 잠수사들이 세월호 선내에 진입해 첫 희생자를 수습하기 전까지 30여명의 희생자가 발견됐습니다. 해경이 항공수색과 신속한 구조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그 초기 수습된 희생자들 중 일부는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미수습자 5명도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승객들을 구조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인 수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4월16일 우리 생존 학생을 희생시켜가며 헬기를 독차지했던 해경 지휘부가 한 일은 ‘구조세력 총동원’이라는 새빨간 거짓 발표뿐이었습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4월16일에 이미 그들의 대국민 사기극을 목격했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은 그 바다에는 단 한명의 구조세력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5년이 넘도록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목청이 터져라 외쳐왔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를 철저히 묵살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린 참사의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총동원해 가해자를 보호하고 피해자를 탄압했습니다. 우리 세월호 유가족들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는 이유로 박해와 조롱과 모욕의 시간들을 견뎌야 했습니다. 피눈물 나는 2030일의 세월이었습니다.

지난 6일 검찰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제라도 검찰은 지난 시절 자신들의 부실 편파 수사를 반성하고 철저한 수사와 적극적인 기소를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과 요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공조하여 수사 방향과 과제를 결정해야 합니다. 우리 피해자 가족들은 검찰이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혀내고 관련 책임자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처벌할 수 있도록 수사와 기소, 판결에 이르기까지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국민의 생명권을 존중하는 국가의 첫째 의무이고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위로하는 첫걸음입니다. 다시는 이 땅에 우리 유가족들처럼 생지옥의 삶을 강요당하는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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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16214.html#csidx36953fff9abb3d7ba25ed41e66ab8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