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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 무시’ 추 장관, 항명 공격 무리수… ‘지시 불응’ 윤 총장, 명분·실리 잃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 13. 15:10

‘관행 무시’ 추 장관, 항명 공격 무리수… ‘지시 불응’ 윤 총장, 명분·실리 잃어

등록 :2020-01-12 18:34수정 :2020-01-13 09:58

 

[법조계 ‘검찰 고위간부 인사’ 관전평]

장관이 청 지침받아 인사안 작성
먼저 의견 내라는 건 월권 지시

윤 총장, 장관 호출엔 응했어야
‘총장권리 포기=항명’ 설득력 부족

지난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오랜 인사 관행을 무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도 문제는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둘러싼 추미애-윤석열의 정면충돌을 보는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은 어느 한쪽 편만 들지 않는다.

추 장관은 전전임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 때까지 지속해온 인사 관행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 전·현 법무부, 검찰 고위직 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인사안은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의 지침을 받아 먼저 짠다. 검찰국장을 지낸 인사는 “의논을 하려면 당연히 초안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에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먼저 인사 의견을 내라고 했다는데, 그건 총장에게 월권을 지시한 셈”이라고 짚었다.

인사안이 만들어지면 장관이 총장에게 연락해 ‘제3의 장소’에서 만난다. 제일 큰 이유는 보안 때문이다. 장관급인 총장에 대한 예우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박상기 장관과 문무일 총장이 인사 협의를 할 때 조국 민정수석도 대부분 참석했다. 바로 조율이 안 되면 몇차례 더 만나기도 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이견 조율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인사안은 인사 예정 시점보다 훨씬 앞당겨 짠다”고 했다.

이런 관행은 문재인 정부 들어 문무일 총장은 물론 지난해 7월 윤 총장 취임 뒤에도 그대로 지켜졌다. 그러나 추 장관이 이를 어기자 윤 총장은 법무부 인사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법무부로 오라는 장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항명’ 논란이 벌어진 지점이다.

이를 두고는 인사안에 검찰총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더라도 윤 총장이 장관 호출에 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관행은 불문법이지 성문법은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일단 만나서 절차적 정당성이란 ‘명분’, 참모들 보호라는 ‘실리’ 중 하나라도 챙겼어야 하는데 둘 다 놓쳤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사안에 대한 의견 개진은 검찰총장의 권리인 만큼 이를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지시 불이행=항명’으로 몰아가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청법에는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제34조 1항)고 돼 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장관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해 검찰총장에게 의견 개진권을 부여한 것”이라며 “윤 총장의 행동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인데, 이를 항명이라고 공격하는 건 법 취지는 물론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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