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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40년 지나도 ‘5·18 광주’인 까닭 / 김용희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 29. 01:01

[한겨레 프리즘] 40년 지나도 ‘5·18 광주’인 까닭 / 김용희

등록 :2020-01-28 18:12수정 :2020-01-28 19:06



 

지난해 3월11일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다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이의)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공동취재사진
지난해 3월11일 전두환씨가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다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이의)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광주/공동취재사진


1980년 서슬 퍼런 전두환 신군부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외쳤던 5·18 민주화운동이 40주기를 맞았다. 지난 40년, 폭동이냐 아니냐를 놓고 정치인들이 정쟁을 벌이는 동안 계엄군의 발포명령자, 행방불명자 등에 대한 진실은 역사 속에 묻혀 있었다.

2020년을 맞는 광주시민들의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다르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가 지난해 말 출범을 하고 올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왜곡과 편견 속에 살아온 광주시민들은 5·18조사위를 ‘광주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다.

5·18에 대한 정부 차원 조사(1988년 국회 청문회, 1995년 검찰 수사,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2017년 국방부 헬기사격 및 전투기 출격대기 특별조사위원회, 2018년 계엄군 성폭력 공동조사단)는 이번이 여섯번째다. 광주시 등의 조사를 더하면 열번째에 달한다. 숱한 조사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진상규명을 외치는 이유는 단순하다.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고 왜곡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출간한 <전두환 회고록>을 본 5·18단체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전두환씨는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서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한 게 모자라 대법원 판결에 의해 규정된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고 자신을 오히려 희생자로 표현했다. 이런 인식이 보수세력 전반에 깔렸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2월 국회 자유한국당 공청회에서 일어난 5·18 망언 사건이다.

그동안의 5·18 조사는 가해자들의 비협조 속에 피해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대부분의 문건과 기록은 이미 신군부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2018년 2월 국방부 헬기사격 등 조사위는 신군부의 민간인을 향한 헬기사격을 사실로 결론 내렸지만 누가 어떤 헬기를 이용해 몇발을 어디로 쐈는지 등 구체적 정황은 밝혀내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한 5·18 당시 헬기 조종사들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계엄군 성폭력 조사단 또한 민간인 성폭력 피해 17건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가해자는 특정하지 못했다.

시신도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78명)의 문제도 남아 있다. 실종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은 28일 옛 광주교도소 터에서 또다시 암매장 발굴조사에 나섰다. 수차례 조사에도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 실종자 가족들을 믿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5·18조사위도 조사관 채용을 마치는 대로 발굴조사에 참여할 방침이다. 5·18조사위 관계자는 “유해 발굴 외에도 법에 규정된 동행명령, 압수·수색영장 청구 의뢰 조항을 충분히 활용해 가해자 중심의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밝혔다.

5·18의 5대 과제(진상규명·책임자 처벌·명예회복·보상·기념사업) 중 이제 첫 단추가 끼워졌다. 마지막 단계인 기념사업까지는 갈 길이 멀다. 매년 5월마다 5·18 정신의 전국화·세계화를 목표로 기념사업을 추진했지만 전국민적인 공감은 얻지 못했고 젊은 세대들과의 괴리는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5·18기념재단이 발표한 5·18 국민인식조사 중 5·18 인지도는 100명 중 호남권이 70명, 대구·경북권은 59명 수준이었다. 연령대별로는 50대가 65명인 데 반해 20대가 56명으로 차이를 보였다.

대동세상을 꿈꿨던 5월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손을 잡았고 홍콩 시위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아시아 인권운동가들은 매년 광주에 모여 민주화운동에 대한 포럼을 열고 있다. 청년세대들은 에스엔에스 등 나름의 방법으로 5·18을 기억하고 있다.

5월단체 관계자들은 진상규명을 넘어 기념사업을 모색할 때라고 말한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2020년 광주가 슬픔과 한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

김용희 ㅣ 전국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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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5949.html?_fr=mt6#csidx89eaabf25a3483991a29fea94966e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