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가 남긴 것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6. 02:58

[사설]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가 남긴 것

등록 :2020-02-04 17:51수정 :2020-02-05 02:38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윤이형 작가. 윤 작가는 이상문학상 사태에 항의하며 절필을 선언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윤이형 작가. 윤 작가는 이상문학상 사태에 항의하며 절필을 선언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가 작가들의 수상 거부 사태와 관련해 4일 불공정 논란을 일으킨 계약 조건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밝히고 공식 사과했다. 수상 작가들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 독자들까지 보이콧 움직임이 일자 문학사상사 쪽이 사실상 백기를 들고나온 것이다. 문학사상사가 늦게나마 작가들의 항의를 수용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작가 정신을 옥죄고 작품을 수익 극대화 수단으로만 보는 문학출판계 일각의 관행이 낳은 일이라는 점에서 성찰할 대목이 적지 않다.

이상문학상 거부 사태는 지난달 초, 올해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을 문제 삼으면서 시작됐다.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 동안 출판사에 양도하고 해당 작품을 표제작으로 한 단편집도 낼 수 없도록 한 것이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반발한 것이다. 이에 지난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윤이형 작가가 ‘절필 선언’으로 항의하고, 과거 수상 경력이 있는 작가들도 ‘문학사상사 청탁 거부 선언’을 발표했다. 관행을 방패로 삼아 버티던 문학사상사는 사태 한 달여 만에 결국 작가들의 항의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상문학상은 박완서·이문열·신경숙·김훈·한강 등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이 보여주듯 한국 문학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상이다. 그러나 작가들의 수상 거부와 집단 항의로, 이런 권위와 역사의 뒤켠에 폐습이 들어앉아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작가를 존중하지 않는 문학사상사의 반문학적인 행태에서 비롯됐지만, 더 깊은 원인은 문학상의 권위 실추에 있다. 작품성보다는 상품성을 앞세운 문학출판사들의 상업주의가 문학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사태가 작가의 저작권이 존중되는 풍토를 조성하는 수준을 넘어, 문학 출판과 한국 문학의 근본적 쇄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