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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연임 강행 적절치 않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10. 02:59

[사설] 우리금융, 손태승 회장 연임 강행 적절치 않다

등록 :2020-02-09 18:15수정 :2020-02-10 02:40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연합뉴스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고객 비밀번호 무단 도용 사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달에 걸쳐 잇따라 불거진 금융 스캔들이다. 금융권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이들 사건에 빠짐없이 끼어 있는 곳이 우리은행이다. 내부 통제 장치가 심하게 고장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런 터에 우리은행장을 겸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회장직 연임을 강행하고 있다. 놀랍다. 더욱이 손 회장은 디엘에프 불완전 판매에 따른 책임으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문책경고) 결정을 받은 당사자다. 금감원 징계를 떠나 각종 금융 사고의 최고책임자라는 점만으로도 연임 추진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우리금융은 손 회장을 3월 주주총회에 차기 회장으로 추천한 지난해 12월의 결정을 금감원 중징계 결정 뒤에도 거두지 않는 데 대해 “기관(우리은행)에 대한 금융위원회(제재 의결) 절차가 남아 있고 개인(손 회장)에 대한 제재가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존에 결정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금감원 징계 결정은 금융위 의결 사항과 함께 3월 초에 정식 통보될 예정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최종 중징계를 받는 손 회장은 법규상 연임을 할 수 없는데도 금감원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으로 돌파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 징계에 행정 소송으로 맞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비정상적이다. 사례 자체가 거의 없다. 임영록 전 케이비(KB)금융 회장이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이사회의 해임 결정 뒤 곧바로 취하했다.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현직을 떠난 상태에서 개인 자격으로 소송을 낸 경우였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더불어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로도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처지에 빠져 있다. 이달 들어선 고객 비밀번호 도용 사건이란 악재가 덧붙었다. 2018년 5월부터 석 달 가량에 걸쳐 우리은행 영업점 160곳에서 직원들이 고객 2만3천명의 인터넷·모바일 비밀번호를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임의로 변경했다고 한다. 총체적 난맥상이다. 비밀번호 도용 또한 디엘에프, 라임 사태와 마찬가지로 실적에 급급했던 결과이며 내부 통제의 허술함을 드러낸 사례다. 손 회장은 이 문제에서도 은행장으로서 책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당시 곤경에 빠져 공적자금 지원으로 회생한 상업·한일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공적자금 지원 흔적은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지분(17%)으로 지금도 남아 있다. 여느 금융회사 이상으로 국민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정인의 직위 유지 여부보다 고객 신뢰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뢰 회복의 첫걸음은 책임지는 자세다. 금융당국이 손 회장에 관련된 남은 제재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지어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바란다.

지난달 미국 통화감독청(OCC)은 미국 4대 은행인 웰스파고의 존 스텀프 전 최고경영자(CEO)를 은행업계에서 영구 퇴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웰스파고가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고객 동의 없이 350만개 가량의 유령계좌를 개설한 사건에 대한 책임 묻기였다. 오시시는 스텀프에게 벌금 1750만달러(약208억원)를 부과하고 미국 은행업계 근무를 평생 금지했다. 금융 당국은 물론, 금융권에서 주목해봐야 할 조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