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법농단’ 현직판사 첫 판결서 3명 모두 무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15. 07:59

‘사법농단’ 현직판사 첫 판결서 3명 모두 무죄

등록 :2020-02-13 18:42수정 :2020-02-14 02:42

 

성창호·조의연·신광렬 1심 선고
수사정보 유출에 “용인 가능 범위”
양승태·임종헌 재판에도 영향 미칠듯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성창호 부장판사. 연합뉴스
법관 비리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검찰 수사 정보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성창호·조의연·신광렬 부장판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유영근)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광렬 부장판사와 성창호 부장판사,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6년 대규모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게이트’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 수사를 은폐·저지하기 위해 수사 기록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를 받는다. 검찰은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검찰 수사 정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성창호, 조의연 영장전담판사가 영장 재판에서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 등을 신 판사를 거쳐 임 차장에게 전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신 판사가 법원행정처에 수사 정보를 보고한 행위는 “사법행정상 필요와 사법부 신뢰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법원 내부 보고로서 용인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유출된 수사 정보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고 봤다. 이원석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보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과 40차례 이상 통화하는 등 검찰이 스스로 법원에 법관 비위사항을 전달했다는 점이 근거가 됐다. “수사 정보 가치 차원에서 (신 판사가 임 차장에게 보고한 것과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알려준 내용이) 본질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법원행정처가 언론의 관심을 검찰로 돌리고 검찰총장을 압박하는 방안을 강구한 것도 검찰 쪽에 책임이 있다고 봤다. “검찰이 언론을 통해 전·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 정보를 흘린다는 의혹에서 비롯”된 행위라는 판단이다.

성 판사와 조 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의도나 신 판사의 보고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봐 공모관계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영장 재판 처리 절차나 결과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이날 성 판사 쪽 변호인은 “사실관계나 법리 모두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이 1심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앞서 성 판사가 지난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나서 한달여 뒤 기소된 점을 두고 “대통령 측근한테 실형을 선고해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법관의 비위 사실을 파악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기밀성이 요구되는 수사 진행 상황까지 이에 포함되는지에 관해 법조계 안팎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설사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고 그 결과 검찰 수사가 방해받지 않았다 해도, 법관에 관한 재판 기록을 담당 재판부가 아닌 법원행정처가 공유받은 행위 자체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이 먼저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이 수사기관 압박 방안을 강구한 법원의 행위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선고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임종헌 전 차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신 판사가 자발적으로 임 전 차장에게 수사 정보를 보고했다면, 직무상 권한을 이용해 신 판사에게 위법·부당한 지시를 했다는 임 전 차장의 직권남용 혐의 성립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하고 법원행정처가 수사 확대 저지 방안을 시행해 수사 및 재판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 사안이다. 무죄 선고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