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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기피 신청] “이재용 파기환송심 불공평”…특검 ‘정준영 재판장’ 기피 신청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2. 26. 06:08

“이재용 파기환송심 불공평”…특검 ‘정준영 재판장’ 기피 신청

등록 :2020-02-24 21:36수정 :2020-02-25 02:16

 

“일관성 잃은 채 편향적 재판 진행”
준법감시위 ‘양형사유’ 시사에 반발
양형 ‘가중’ 사유는 모두 배제도 지적
“집행유예 선고 예단 드러낸 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53·사법연수원 20기)에 대한 기피신청을 냈다. “정 재판장이 불공평한 재판을 한다”는 이유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이를 이 부회장의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고 밝혀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봐주기 판결’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24일 특검은 서울고등법원에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특검은 “(정 부장판사가) 일관성을 잃은 채 편향적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 기피신청은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을 때 검사나 피고인이 해당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시켜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은 별도 재판부가 맡아 재판을 따로 여는데, 판단이 나올 때까지 이 부회장 재판은 중단된다.

특검은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정 부장판사가 줄곧 이 부회장 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첫 재판에서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며 삼성 쪽에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구했으나, 지난달 17일 재판에서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기업범죄 양형 기준의 핵심적 내용”이라며 이 부회장의 양형 사유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은 재판부 주문에 따라 김지형 전 대법관과 권태선 전 <한겨레> 편집국장 등으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렸다.

특검은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양형 ‘가중’ 사유는 배제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라는 ‘부정한 청탁’을 입증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자료 등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검은 “(재판부가) 특검이 제시한 가중사유는 외면하고, 준법감시위원회의 설치, 실효성 여부 등으로만 양형심리를 진행해 이 부회장 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을 ‘강요죄의 피해자’라는 편향된 프레임으로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부장판사가 지난해 12월 공판에서 이 부회장 쪽에 “피고인 쪽은 박 전 대통령의 거절할 수 없는 요구라고 하는데, 향후 똑같은 요구를 받으면 또 뇌물을 공여할 것이냐”고 한 발언이 근거가 됐다. 특검은 정 부장판사의 시각은 ‘승계 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과 ‘적극적 뇌물성’을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정 부장판사가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 선고를 예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삼성을 살리려면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가 답”이라는 등 재판부의 심증에 관한 예측이 곳곳에서 나왔다. 한 특검 관계자는 “재판부가 제시한 미국 연방양형기준을 보면, 준법감시위원회는 결국 기업의 ‘보호관찰제도’로 이어진다. 이 부회장 개인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를 내린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판부의 편파 진행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 43명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은 “또 다른 법·경 유착의 시작”을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냈고, 교수·법조인 348명은 이 부회장 재판이 ‘노골적인 봐주기’로 흐른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