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환자, 13번째 사망자로
대구서만 570명 입원 대기 중
검사 늘려 확진 폭증 예상에도
정부, 중증도 지침 마련 안해
“젊고 경증 땐 자가치료 고려 등
분류기준 정하고 병상 배치를”
대구서만 570명 입원 대기 중
검사 늘려 확진 폭증 예상에도
정부, 중증도 지침 마련 안해
“젊고 경증 땐 자가치료 고려 등
분류기준 정하고 병상 배치를”

서울의료원이 27일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기존 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특화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상이 없어 집에서 입원을 대기하던 환자가 27일 숨졌다. 코로나19 검사 물량을 큰 폭으로 늘려 신규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보건당국이 대비책을 마련해두지 않으면서 벌어진 비극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병상을 배정하고 상대적으로 젊고 경증인 환자는 자가격리 치료(자가치료)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날 대구시 쪽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5일 코로나19에 확진된 13번째 사망자 ㄱ(75·남)씨는 병상이 없어 집에서 머물러왔다. 하지만 이날 새벽 6시께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영남대병원으로 이송돼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오전 9시께 숨졌다. 그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으로, 보건당국의 전수조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사흘째 자가격리를 하며 대기 중이었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나이가 많고 기저질환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입원을 하지만 ㄱ씨는 증상이 별로 없어 입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어느 정도 중증이었는지 조사해봐야 하지만, 고령이었고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입원 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과 지방정부 간에 합의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날 오전 기준 대구에서는 확진자 1017명 중 447명만 입원하고 나머지 570명은 집에서 대기 중이다. 대구의 신규 확진자는 13번째 사망자가 양성으로 나온 25일 102명 늘었고, 26일에는 그 갑절인 211명이 늘더니, 27일에는 422명으로 다시 두배가량 폭증했다.
문제는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고려해 잇따라 ‘전수조사’ 카드를 꺼내들면서도 ‘병상 부족’에 대비한 중증도 분류체계를 사전에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대구·경북 확진자들은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한 뒤,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 통보를 받고 의료진 판단에 따라 병상을 배치받고 있다. ㄱ씨도 확진 뒤 집에 머물면서 보건소로부터 하루 두차례 전화 연락을 받으며 상태를 알려왔다고 한다. 대구의 한 역학조사관은 “집에 있는 게 불안한 확진자들이 전화를 걸어 ‘나는 언제 입원할 수 있느냐’고 묻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당국은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이 부족할 경우, 지역의 공공병원이나 민간 종합병원의 음압병실을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음압병상이 부족하면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일반 격리병실까지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경증 환자 치료나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병원 또는 병동 전체를 비워 병실을 확보하는 ‘감염병 전담병원’을 지방의료원 중심으로 지정하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맥박이나 나이, 기저질환 유무 등의 중증도 분류 기준을 전문가들과 논의해 초안을 마련했다”며 “시·도 단위에서 의료진 중심의 중증도 분류팀이 컨트롤타워가 돼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적절한 병상에 배치하게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 그룹에선 경증 환자의 경우 자가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온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은 “연령대가 젊고 기저질환이 없으며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입원하지 않고 자가치료가 가능하도록 기준을 만들려 한다”며 “자가치료가 가능하려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에 연락할 가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시·도 단위에서 확진자를 모두 받을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하고, 이곳에서 의료진이 증상의 정도, 기저질환 여부, 거주 환경 등의 기준을 고려해 재택치료와 입원 대상을 선별해야 국민들이 신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아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전문가 모두가 자가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좀더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가 자가치료 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갑자기 악화했을 때 따르는 부담까지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백재중 녹색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주거 환경이 취약하면 가족 내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우한 입국 교민을 2주간 수용했던 생활시설처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연수원을 격리된 치료 공간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확진자를 수용하는 것이어서 의료진을 보강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박현정 기자, 대구/구대선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