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텔레그램 성착취’ 신상공개하라는 수백만의 분노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3. 23. 03:38

[사설] ‘텔레그램 성착취’ 신상공개하라는 수백만의 분노

등록 :2020-03-22 17:37수정 :2020-03-23 02:37

 

텔레그램 성착취방 사건의 핵심인 ‘박사’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남성 조아무개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11월 <한겨레> 보도로 공론화된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의 주요 용의자 ‘박사’가 최근 구속되며 끔찍한 범죄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박사의 범행은 물론이거니와 텔레그램방마다 수백명에서 1만명에 이르는 회원들이 보이는 행태도 매우 충격적이다. 이제까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른 처벌과 안이한 대처가 ‘괴물’ 같은 현상을 낳았다는 지적이 뼈저리게 다가온다.보안성과 익명성을 자랑하는 텔레그램은 지난해 초부터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온상이 되어왔다. 이른바 ‘엔(n)번방’을 만든 ‘갓갓’이란 인물에 이어 등장한 ‘박사’는 에스엔에스(SNS), 채팅앱 등에 ‘스폰 알바 모집’ 같은 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다음,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을 받아 이를 빌미로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하고 박사방에 퍼뜨려왔다.

 

경찰이 현재 밝혀낸 ‘박사방’ 피해자만 해도 74명이고, 이중 미성년자가 16명이다. 혐의 내용 중엔 자신의 몸에 칼로 ‘노예’ 글씨를 쓰게 하는 등 엽기적 내용의 사진·영상을 찍게 한 것뿐만 아니라 돈을 주겠다며 ‘직원’을 보내 성폭행을 하고 그 영상을 찍게 한 경우도 있었다. 20만~150만원을 내고 박사방에 가입한 유료회원들은 더 강도 높고 자극적인 영상을 요구하는가 하면 지인들의 에스엔에스 사진 등을 ‘지인능욕방’에 올리기도 했다. 사실상 ‘공범’ 역할을 한 것이다.텔레그램 성착취방에선 ‘절대 안 잡힌다’거나 ‘잡혀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왔다고 한다. 유사한 방들도 수십개에 이른다. 지난해 다크웹 사이트를 둘러싼 국제 공조수사에서도 확인됐던 한국의 유독 낮은 처벌 수위 등이 자신감의 근거가 됐으리라. 박사와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게시판 두 개의 청원에 순식간에 300여만명이 서명한 것은 이런 현실을 끊어내라는 여성들의 절규이자 온 국민의 분노다. 이번 사건 관련자들 전체에 대한 엄벌이 요구된다. 지금 여기서 디지털 성범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리 딸들에게 미래는 없다.

연재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