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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종차별 분노’에 기름 붓는 트럼프의 ‘증오 정치’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6. 4. 03:18

[사설] ‘인종차별 분노’에 기름 붓는 트럼프의 ‘증오 정치’

등록 :2020-06-03 18:36수정 :2020-06-04 02:4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각)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백악관 근처 성 요한 바오로 2세 성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 속에서 복음주의 보수층을 결집하기 위해 이틀 연속 교회와 성당에서 기념촬영을 해,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는 ‘신성 모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무릎에 눌려 “숨을 쉴 수 없다”고 절규하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분노한 미국인들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2주째에 들어섰다. 여러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지만 2일 밤(현지시각)에도 수많은 미국인들이 거리로 나섰다. 세계 각국에서도 미국인들의 뜻에 동조하는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확산하고 있다.

 

플로이드의 고통스러운 죽음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의 실상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분노한 시민들은 “숨을 쉴 수 없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외치며 이번에는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한다. 미국인 64%가 시위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경찰들도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무릎 꿇기’에 동참하는 등 희망의 신호가 보인다.

미국 캘리포니아 할리우드에서 2일 주 방위군이 시위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인종차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할리우드/EPA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사태를 해결해야 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위대의 분노를 달래고 인종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는커녕 시위대를 “폭도”라고 부르며 군 투입까지 거론하고 있다. 백악관 주변에선 군용 차량들이 주요 길목을 막고 상공에는 하루 종일 헬기가 시위대를 위협하듯 비행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워싱턴에 투입할 수 있도록 1600명의 육군 병력을 인근에 배치했다. 전세계가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을 충격 속에 지켜보고 있다. 미국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모습을 보면서 1980년 광주를 떠올린다는 이들도 많다.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면서 약탈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등 많은 이들이 평화시위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인종차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나선 미국인들의 대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시위대도 폭력 사용은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시위대에 대한 초강경 대응으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많다. ‘증오의 정치’다. 코로나19에 대한 무책임한 대응으로 들끓는 비판 여론을 ‘중국 때리기’로 빠져나가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젠 인종차별 반대 시위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콩판 국가보안법’ 탓에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중국마저 미국을 비웃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증오의 정치를 멈추고 시위대의 절규에 귀를 기울여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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