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조직 방패 삼은 ‘여론전’, 검찰총장의 정도 아니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8. 06:46

[사설] 조직 방패 삼은 ‘여론전’, 검찰총장의 정도 아니다

등록 :2020-07-07 18:28수정 :2020-07-08 02:10

 

윤석열 검찰총장이 6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닷새째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여론 수렴을 한다며 전국 검사장 간담회를 세차례에 나눠 열고 그 결과를 보고받으면서 언론에도 공개했다. 전직 검찰총장 등 이른바 법조계 원로들 의견도 들었다고 한다.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아 여러 의견을 듣는 것이라면 탓할 일이 아니지만, 정해진 결론을 손에 쥔 채 ‘여론전’을 펴는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는 이렇게까지 장황한 절차 없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윤 총장이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 유착’ 혐의 수사를 사사건건 가로막으면서 불거진 일이니 그 스스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윤 총장의 일련의 행보는 자신의 과오에서 비롯된 문제를 검찰 전체로 전가해 조직을 방패막이 삼는 모양새다. 검사장 간담회라는 모임이 검찰 구성원 전체의 뜻을 얼마나 대변하는지도 의문이다. 시간을 끌면서 언론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이 사안을 정치적 이슈로 변질시켜 검찰 밖의 우군을 얻겠다는 계산도 엿보인다. 모두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궁색한 태도다.

 

검사장 간담회에서 모은 의견 자체도 윤 총장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전문수사자문단 절차 중단과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을 요구했으니 그동안 윤 총장의 관여로 수사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자인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검사장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논리로 윤 총장을 비호했다. ‘수사팀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추 장관의 지시를 두고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부당하다’는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총장의 지휘권 일부를 제한하는 건 제도에 내포된 본질이다. 더구나 윤 총장 스스로 측근 관련 사건이므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라고 지시한 것을 부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따르지 않는다면 검찰 수장이 법 집행을 왜곡하는 것을 넘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사태가 된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법 적용을 통해 검찰 독립성을 지키려는 양심적 검사들의 명예마저 위태롭게 할 것이다. 윤 총장은 더 이상 정무적 계산에 골몰하지 말고 ‘법 집행의 책임자’라는 제자리로 돌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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