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박원순 시장의 죽음 앞에서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1. 05:36

박원순 시장의 죽음 앞에서

 

 

 

 


 

 

어제 새벽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속보를 처음 접하고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스스로 견딜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이 친구가 자살을 했습니다. 친구는 세상을 등지기 하루 전에 뜬금없이 저를 찾아와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완규야! 인생은 버티는 것이더라. 너는 끝까지 잘 버텨라.”

 

친구가 그 말을 할 때는 오후였는데 저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그 말을 남기고 그날 저녁에 어린 자식들에게 치킨 한 마리를 사준 다음에 새벽에 집안 욕실에서 목을 매어 자살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사는 것이 조금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만 했지 친구가 죽을 만큼 힘든 줄은 몰랐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친구를 먼저 보낸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공황장애를 겪기도 했습니다.

 

살다보면 힘든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더러는 너무 괴로워서 죽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럴 때마다 다 죽어버리면 살아남을 사람이 이 세상에 몇 사람이나 되겠습니까.

 

어느 날은 벌떡 일어나서 하늘을 향해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러느냐?”며 고함을 지르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놈들은 모두 떵떵거리고 잘도 사는데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느냐고 항의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겪는 일입니다. 단지 말을 안 하고 표현을 안 할 뿐이지요. 그러니 내게 오는 고통이 있거든 모두가 겪는 고통을 내가 조금 일찍 겪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견뎌야 하겠습니다.

 

 

 

 

 

 

 

 

 

 

 

 

어제 저녁에 박원순 시장의 실종뉴스를 보면서 저러다 시신으로 발견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만약에 내가 여직원에게 몹쓸 짓을 한 뒤에 그것이 사회문제가 되어서 내가 죽어버리겠다고 하면 당신은 나보고 죽으라고 할 거야? 아니면 그래도 살라고 할 거야?”

 

그랬더니 아내는 그래도 살라고 합니다. 살면서 날마다 쳐 맞으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박 시장께서도 그렇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권력이 참으로 무상하지요? 결국 이러자고 수십 년 동안 그 고생을 한 것은 아닐 터인데 아쉬운 마음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지금 권력과 금력을 마구 휘두르며 사는 분들은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도 몸가짐과 마음가짐을 더욱 바르게 하고 살아야 하겠습니다.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던가요. 그만큼 투명한 사회에서, 그만큼 무서운 세상에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