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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사진첩] 애도와 진실 사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4. 06:10

[만리재사진첩] 애도와 진실 사이

등록 :2020-07-13 23:09수정 :2020-07-13 23:34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 13일 엄수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 진상 규명 요구 기자회견도 같은 날 열려
그의 부재를 애도하며 피해자를 살피는 일은 양립가능할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장맛비가 쉼 없이 내린 13일 아침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시청 앞에는 박 시장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하려는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결식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는 영결식을 스마트폰으로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영결식을 마친 뒤 박 시장의 위패와 영정을 든 행렬이 시청을 빠져나오자 일부 시민들은 오열하며 그 뒤를 따랐다. 서울 추모공원에서 화장 절차를 마친 뒤 박 시장의 유해는 이날 저녁 선영이 있는 경남 창녕으로 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을 귀 가까이에 대고 영결식을 듣고 있다. 백소아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이 엄수된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로 제한된 인원만 참석해 영결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시민들이 시청 건물 밖에 서 있다. 공동취재사진

1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 영결식에서 한 시민이 운구차량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 시장의 운구 행렬이 고향으로 향하던 이날 오후 2시께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 쪽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소인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서울 은평구 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장례 기간 동안 침묵해온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지만, 수사가 아닌 방식을 통해서라도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형적인 직장 내 성추행 사건이고 고위공직자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라고 주장했다. 때문에 박 시장의 죽음을 두고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만연한 상황에서 `피해자 인권 회복의 첫걸음'으로 이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밝히는 일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이 예정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관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여성단체들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의 편지를 대독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이 `우리는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 비서실 직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시장이 피해 여성을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앞줄 오른쪽 둘째)와 참석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이 자리에 나오지 못한 피해자는 편지를 통해 “진실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며 “저는 살아있는 사람이다. 저와 제 가족의 보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정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국에서 성희롱으로 최초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서울대 신 교수 사건'의 변호인이었다. 독재 시절 권인숙씨 성고문 사건, <말>지 보도지침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등 권력 앞에 고통받는 약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그다. `인권 변호사'였던 그가 우리 사회에 삶을 던져 깨우치고자 했던 가치를 톺아본다. 그의 걸음은 여기에서 멈췄으나, 그 삶의 공과를 교훈 삼아 다시 전진하는 일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오늘 그의 부재를 애도하며, 피해자의 호소에 귀 기울이는 까닭이다.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1998년 2월23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연 ‘서울대 신 교수 성희롱 사건 승소 축하연’에서 당시 피해자 변호를 맡은 박원순 변호사(맨 왼쪽)가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정아 백소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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