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성추행 의혹’ 본질 흐리는 피해 연대자 향한 ‘백래시’ 위험 수위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5. 03:09

‘성추행 의혹’ 본질 흐리는 피해 연대자 향한 ‘백래시’ 위험 수위

등록 :2020-07-14 21:06수정 :2020-07-15 02:42

 

“화해치유재단 이사 출신 어찌 믿나”
김재련 변호사에게 공격 쏟아져
법조계 “성폭력 사건 꾸준히 맡아”

윤준병 의원 “이해되지 않는 내용”
‘2차 가해’ 비판에 하루만에 사과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와 연대하는 이들에 대해 여당 지지 성향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무분별한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 박 시장과 가까웠던 여당 정치인은 피해자의 ‘미투’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가 비판을 받자 하루 만에 사과하기도 했다.공격은 피해자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14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김 변호사의 이력을 공격하는 글이 쏟아졌다. 김 변호사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의 이사를 맡은 경력 등을 들어 피해자의 변호인을 맡은 데 ‘배후 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공격한 것이다.하지만 김 변호사는 성폭력 사건을 주로 맡아온 이 분야 전문가다. 2009년부터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자문변호사를 맡는 등 성폭력 관련 활동에 집중해왔다. 2018년엔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사건 대리인단에 합류했으나 당시에도 화해·치유재단 이사 활동이 입길에 올라 사퇴했다. 앞서 피해자에 연대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류호정·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인신 공격에 가까운 공세에 시달렸다.

 

이번 사건의 진위나 배경을 의심하는 2차 가해도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 박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투 고소 진위에 대한 정치권 논란과 그 과정에서 피해자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죽음으로써 답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부시장으로 근무하면서 피해자를 보아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이 있었다.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글을 두고 ‘가짜 미투’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하루 만인 14일 사과하기도 했다.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여성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정직하게 봐야 하는데 왜곡하려는 시도들이 거듭되고 있다. 서둘러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전 피해자 쪽은 경찰에 출석해 자신을 향한 2차 가해와 관련해 피해자 조사를 받았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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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박원순 사망과 성추행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