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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강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7. 16. 02:57

 

세월의 강

 

 

 

 

이것도 나이라고 나이를 먹어가니 한 놈 두 놈 제 곁을 떠나가는 친구들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참 이상합니다. 주변에 보면 독한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도 많은데 하필이면 좋은 놈, 착한 놈, 괜찮은 놈만 골라서 데려가니 그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두 달 전에 제 친구 한 놈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간암이었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착한 친구였습니다. 친구를 떠나보내기 전에 병문안을 갔는데 친구가 답답해 해서 병원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친구는 병원 옥상에서 멀리 지는 해를 바라보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제 내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져. 어제는 아내가 시장에서 붕어빵을 사가지고 왔는데 그거 하나를 먹으면서 왈칵 눈물이 나더라. 그런데 가족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은데 눈물이 그치지 않는 거야.

 

붕어빵을 한 입 베어 물고 울고 있는 나를 보고 아내도 울고 딸도 울더라. 이제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이제는 가족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정말 잘 할 자신이 있는데 내가 너무 늦은 거지?”

 

그러면서 친구는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살아도 되었는데 뭐가 그리도 급하다가 남을 밟고 급하게 달려왔는지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보름 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떠나보내면서 그 때는 그렇게 슬프고 서럽더니만 두 달도 세월이라고 이렇게 지나고 나니 떠난 놈만 서럽고 남은 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살아집니다.

 

 


 

 

 

 


 

우리는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하고, 뭔가를 얻기 위해 남다른 기도를 합니다. 남보다 잘살게 해 달라고 빌고, 남보다 높은 자리에 서게 해 달라고 빌고, 남보다 앞서게 해 달라고 빌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요즘 게으른 사람이 얼마나 있던가요. 우리는 지금 너무 열심히 살고, 너무 지나치게 경쟁하고, 너무 지나치게 남과 비교하고, 너무 지나치게 남의 눈치를 보고, 남들만큼 하지 못하면 왠지 불안해하고, 이렇게 남들 신경 쓰느라 도무지 내 삶이 없잖아요.

 

그렇다 보니 나는 간데없고 남의 눈치나 보며 사는 껍데기 같은 나만 존재합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만 존재합니다.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세요. 최근에 맘 놓고 행복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나 나시는지요?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이 고생을 하며 살지만 우리는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야 하는가요?

 

우리가 조금만 더 견디면 행복이 찾아올까요? 제 친구도 그 행복을 기다리다가 울면서 떠나갔습니다. 지금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우리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까닭은 우리가 지나치게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을 주변의 잘난 사람들과 지나치게 비교하다 보니 놀고 싶고 쉬고 싶어도 나는 더 일해야 하고 더 긴장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의 삶을 살려고 하니 힘이 드는 것입니다. 그와 비교한 행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행복을 찾아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는 노력을 합니다.

 

행복이란 게 별거 있나요. 너무 잘하려고, 너무 가지려고, 너무 이기려고 하는 그 마음만 내려놓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입니다 . 그런데 우리는 그거 내려놓는 것을 그렇게 힘들어 합니다.

 

하나 더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제발 모두에게 칭찬받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쁜 놈 소리만 듣지 않고 살면 잘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은 생을 너무 악착같이 챙기고 모으고 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태운 세월의 강은 곧 바다에 이를 테니까요.

 

박완규 올림

 

 

 

 

오늘 사진은

김경완 작가님이 섬진강에서

세월의 강을 건너는 어부의 모습을 담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