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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물폭탄’으로 변한 장마, 기후위기의 또 다른 경고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2. 20:50

[사설] ‘물폭탄’으로 변한 장마, 기후위기의 또 다른 경고

등록 :2020-07-31 18:27수정 :2020-08-01 02:34

 

지난 30일 오전 대전의 한 아파트 주차장과 건물 일부가 물에 잠겨 주민들이 소방대원의 도움을 받아 구명정을 타고 아파트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대전/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30일 새벽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는 119구조대가 구명정으로 주민 100여명을 구조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민 1명은 아파트 출입 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차장에 있던 자동차 100여대는 물 위로 떠올라 떠다녔다. 앞서 지난 23일 밤 부산의 한 지하차도에서는 주행하던 자동차 7대가 물에 잠겼고, 시민 3명이 익사했다. 둘 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상황의 심각성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벌어진 안타까운 참변이었다.

 

최근 ‘물난리’는 태풍 같은 변수 없이 오로지 장맛비가 만들어냈다. 장마전선이 오르내리며 국지적으로 가공할 ‘물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장마는 비교적 지속해서 날이 흐리고 비가 내리는 기상 현상이다. 올해 장마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 지역은 오는 10일이 지나야 벗어날 거라고 한다. 그러나 장마의 특성이 국지성 집중호우로 변하면서 ‘길고 지루한 장마’라는 표현은 사라질 처지가 됐다.기상 전문가들은 올해 장마철에 빈발하고 있는 집중호우의 원인을 기후 변화에서 찾는다. 올여름 중국 남부 지역에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추허강 제방을 폭파해야 할 정도로 기록적으로 길고 많은 폭우가 쏟아진 원인도, 7월 초 7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일본 규슈 지역 홍수 피해의 원인도 기후 변화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올여름 북극권의 베르호얀스크는 관측 사상 최초로 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이 모든 자연재해가 지구 온난화로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서 나타났다는 게 기상학자들의 설명이다.기후위기는 인간 삶과 관련된 영역 어디에서나 얼굴을 바꿔가며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봄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심각했던 초미세먼지 사태도, 올여름 인천 수돗물에서 깔따구가 출몰한 것도 기후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올해 전지구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위기도 기후 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이 사람들 가까이 다가와 바이러스를 전파한 탓으로 추정된다. 그 목록에 물폭탄으로 변한 장마가 추가되는 셈이다.얼마 전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 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장맛비에 의한 물난리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재난 대응 문제를 넘어, 정부가 기후위기에 맞서 어떻게 사회 구조의 전환을 이끌어갈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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