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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 보낸 휴가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4. 06:55

완도에서 보낸 휴가

 

 

 

 

 

완도읍 금일도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저의 살 같은 친구들 세 부부와 삼시세끼 체험을 하고 왔습니다. 파도소리 들리는 외딴 해변가에 우리 세 부부만 있었습니다. 밤에는 달빛을 받은 은비늘 바닷가에서 수영도 하였습니다.

 

올 여름에 전 국민의 ⅓이나 되는 사람이 며칠 동안 초라한 집에서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면서 지낼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것을 휴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지난 2박 3일 동안 완도의 금일도에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그것을 휴가라고 했습니다.

 

 

 

 

 

 

거문도 앞까지 배를 타고 나가서 쏨뱅이 낚시를 했는데 6명이서 200마리도 넘게 잡았습니다. 얼마나 많이 잡히던지 나중에는 허리가 아파서 못 올릴 지경이었습니다. 가을에는 감성돔이 엄청나게 잡힌다면서 가을에 낚시 한 번 오라고 해서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낚시를 하고 나서는 인근에 있는 섬에 갔는데 거기에는 거북손과 삿갓조개와 홍합 등이 지천으로 널려있었습니다. 그 많은 고기를 잡으면서 그리고 지천으로 널려있는 해산물을 채취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는 게으르지만 않으면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저희들이 묵은 숙소는 금일도에 친구 처가가 운영하는 다시마 공장이 있는데 그곳에 직원들 전용 숙소가 있는데 지금은 다시마철이 아니라 비어있다고 해서 그곳을 편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숙소 바로 앞에는 몽돌해수욕장이 있고 낮에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수영을 하지 못하고, 달이 뜨고 별이 뜬 밤에 우리는 수영을 하였습니다. 그 넓은 해수욕장에 우리만이 어린아이처럼 뛰어놀았습니다.

 

십 수 년 만에 정말 맘 편하게 다녀온 여름휴가였습니다.

 

 

 

 

 

 

 

 

 

 

 

계절은 작게 보면 시간의 매듭입니다. 추웠다가, 더웠다가, 꽃이 피었다가, 잎이 졌다가, 다시 추웠다가 하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무척 닮았습니다. 좋았다가, 안 좋았다가, 슬펐다가, 기뻤다가, 울었다가, 웃었다가 하면서 우리가 늙어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콩은 소금과 더불어 세월을 보내야 된장이 되는데 그 과정에서 소금은 콩을 콩으로도 놔두지 않고 썩지도 못하게 합니다. 그 세월을 견디는 것이 발효의 과정인데 그 시간이 지나야 콩은 비로소 구수한 된장으로 태어납니다.

 

성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이란 힘듦을 견디는 과정입니다.

 

견딤이 없는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된장이 그렇고 젓갈이 그러하듯 견딤의 기간이 길수록 맛은 깊어지는 법입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힘듦의 기간이 길면 길수록 인생의 깊이도 더해지는 법입니다.

 

 

 

 

 

 

 

세상 어디에도 혼자서 피는 꽃은 없습니다.

 

바람이 열을 식혀주고, 햇살이 몸을 데워 주고, 빗방울이 마른 목을 축여주고, 흙이 흔들리는 몸을 잡아준 뒤에야 비로소 꽃 한 송이가 피어납니다.

 

사람도 그렇습니다. 힘이 들어서 눈물 흘려본 사람만이 그리고 인생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인생을 알고 고마움을 알고 사람의 귀함도 알게 됩니다.

 

코로나 때문에 대놓고 휴가가기도 어려운 현실이지만 여건만 된다면 이렇게 조용한 곳을 찾아 바람 한 번 쐬고 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