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언론

처녀 할머니(2)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6. 04:09

처녀 할머니(2)

 

 

 

 

 

 

요즘 집중 폭우로 인해 중부지방에서 많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더 큰 피해 없도록 모두가 각별히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어제는 아침밥을 먹다가 작년 겨울에 집수리를 해드렸던 처녀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처녀 할머니는 연세가 여든이 넘은 할머니인데 그 연세가 되도록 시집을 안 가셔서 제가 붙여드린 이름입니다.

 

“여보! 그 할머니가 잘 지내고 계실까?”
“그렇게 궁금하면 한 번 가보시지 그래요.”

 

“당신이 반찬 좀 챙겨줘. 아무래도 오늘 가봐야겠네.”

 

궁금했습니다. 작년 겨울에 지붕이 없는 할머니 댁의 집수리를 해준 이후에 할머니가 잘 지내고 계시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갑자기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아내와 함께 그 할머니 댁으로 가봤습니다.

 

할머니는 불이 꺼진 컴컴한 방안에 혼자 계셨습니다.

"할머니, 뭐 하고 계세요."

"응, 그냥 앉아 있어."

 

말동무가 필요했던 할머니는 말문이 열리자 관절염 때문에 거동이 불편해서 움직이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도 하고, 죽고 싶은데 절대 안 죽는다는 푸념도 늘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저녁에 주무실 때마다 내일 아침에 자신이 깨어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기도를 하는데 아침이 되면 영락없이 깨어난다며 미치겠다는 과격한 표현도 하셨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면서 정부의 지원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각각의 사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은 아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제가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동안 아내는 집에서 만들어간 반찬을 찬장에 넣어주고, 찬장을 정리와 부엌청소를 하였습니다. 한참 동안 할머니와 얘기를 하고 나서 헤어질 무렵에 할머니께 여쭤봤습니다.

 

“할머니! 지금 뭐가 제일 필요하세요?”

 

그 말에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어렵게 대답했습니다.

 

“돈!”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 보조금이 있긴 하였지만 혼자 사는 할머니라고 왜 이런저런 쓰임이 없겠습니까?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그러자 할머니는 또 열심히 생각하셨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 필요한 돈의 액수를 생각하셨겠지요.

 

“20만원”

 

그 돈도 큰맘 먹고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할머니에게는 지금 5만원도 큰돈이고 10만원도 큰돈인데 20만원이나 불렀으니 불러놓고도 할머니는 저의 눈치를 봤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할머니 통장으로 50만원을 보내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내일 아침에 은행에 가시면 보내드린 금액을 보고 깜짝 놀라시겠지요. 이것저것 살 것도 있고 방세도 줘야 하는데 돈이 많이 부족한 눈치였습니다.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을 다 챙길 수는 없지만 우리 눈에 보이는 사람만이라도 최선을 다해보자고. 우리가 조금 덜 먹고 덜 쓰면 도와드릴 수 있는 일도 많거든요.

 

박완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