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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광훈 목사 ‘바이러스 테러’ 주장, 적반하장이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8. 17. 05:50

[사설] 전광훈 목사 ‘바이러스 테러’ 주장, 적반하장이다

등록 :2020-08-16 17:36수정 :2020-08-16 20:06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 겸 보건복지부 대변인이 16일 오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재유행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16일(정오 기준) 신규 확진자의 절반이 넘는 190명이 이 교회 교인과 접촉자에서 나왔다. 이 교회에선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불과 나흘 만에 누적 확진자가 249명에 이르렀다. 자칫 ‘제2의 신천지’ 집단감염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건, 이 교회를 이끄는 전광훈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안하무인격 반사회적 행태 때문이다. 이들은 이 교회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 15일 집회금지 명령을 어긴 채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전 목사는 집회에서 “오늘 저를 이 자리에 못 나오게 하려고 바이러스 균을 우리 교회에 갖다 부어버렸다”고 주장했다. 비상식적이고 황당한 그의 인식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전 목사와 이 교회는 정부의 코로나 방역 지침을 일삼아 어겨왔다. 지난 3월 이후 코로나 확산기에도 서울시의 집회금지 명령을 어긴 채 주말 연합예배를 강행해왔다. 방역 지침을 무시하다 빚어진 일에 ‘외부 음모’ 운운하다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이 교회는 15일 “역학조사를 위한 모든 자료 제출에 응하여 적극 협조하고 있다. 교인들한테 광화문 집회에 나가는 것을 삼가해달라고 통보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방역 당국과 서울시는 자가격리 조처를 위반하고 진단검사 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한 혐의로 16일 전 목사를 고발했다. 실제 전 목사가 정부의 자가격리 통보를 무시하고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 교회 주최 집회는 취소했지만 많은 교인들이 개별적으로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이 교회발 검사 대상자는 4천여명인데, 추가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이어서 관련 검사 대상자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사 수 대비 확진자 발생률이 넷 중 한명 꼴로 무척 높다. 주말 집회 때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터여서, 다른 집회 참가자들의 감염 위험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가려내는 게 급선무다. 신천지 사태 때도 부정확한 신도 명단 제출과 검사 기피 등으로 손쓸 시기를 놓치면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를 경험한 바 있다. 똑같은 위험과 혼란이 이번에도 반복돼선 안 된다. 필요하다면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적극적인 강제 수사에 나서 신속한 방역 절차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전 목사 등 일부 교회의 행태를 국가 방역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처다. 전 목사와 일부 교인들의 행태는 종교와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다. 종교를 빙자한 소수의 극단적 행위가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걸 용납할 순 없다. 반드시 그에 걸맞은 대가를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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