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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멘탈갑 김홍걸’, 부끄럽지 아니한가 / 신승근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19. 05:33

[아침 햇발] ‘멘탈갑 김홍걸’, 부끄럽지 아니한가 / 신승근

등록 :2020-09-17 18:58수정 :2020-09-18 08:33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이 펼쳐진 국회 본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그는 부동산 투기 의혹, 재산신고 고의 누락 혐의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연합뉴스

 

김진재 전 의원을 한때 여의도에선 ‘돈진재’라고 불렀다. 재력가로 한나라당 후원금 조달 등에 큰 힘을 보탠 덕이다. 5선인 그가 물러난 뒤 아들 김세연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부산 금정 출마를 선언했다. 지역구 세습 논란이 드셌다. 결국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했고, 당선 뒤 한나라당에 입당한 그는 뜻밖의 모습을 보였다. 소장파 초선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아 당 쇄신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내리 3선을 한 그는 지난 4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권유에도 손사래 친다. 사업체를 지키려 정치를 그만뒀다는 비아냥도 나오지만, 그는 비교적 성공한 2세 정치인으로 꼽힌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1998년 아버지 남평우 전 의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유학 중이던 33살 남경필은 아버지 지역구 수원 팔달에서 당선했다. ‘세습’ 논란과 함께 ‘원조 오렌지족’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아버지 득 본 것 맞다. 하지만 나는 내 정치를 하겠다”며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전 의원과 함께 당 혁신을 부르짖었다. 이른바 ‘남원정 트로이카’ 시대를 구가했다. 이재명 지사에게 패하고 퇴장했지만, 그 역시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는다.

 

이밖에도 정대철·유승민·정진석 등 아버지 후광을 업고 국회에 입성한 2세 정치인들이 적지 않다. ‘아빠 찬스’ 논란을 빚지만 공천 경쟁과 선거, 정적들이 도사린 정치판에서 살아남아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났다.

 

하지만 다수의 2세 정치인은 별 존재감 없이 잊힌다.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짧은 시간에 존재감을 각인한 2세 정치인으로 기록될 듯하다. 정의당은 그를 ‘호부견자’(虎父犬子)라고 비판했다. 아버지는 호랑이인데 그 자식은 개라는 뜻이니, 너무 모욕적이다. 아버지 김대중 전 대통령, 어머니 이희호 여사의 얼굴에 먹칠한다는 비판인 셈인데 정작 김 의원은 그 의미를 잘 모르는 듯하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그는 시종일관 내리막이다. 형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2억원 상당의 동교동 사저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게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혀를 찼다. 법원은 지난 9월11일 김 의원이 혼자 사저를 처분해선 안 된다며 김홍업씨 손을 들어줬다. 결국 집안 망신만 자초한 꼴이 됐다.부동산 투기 논란과 허위 재산신고 의혹은 어떤가.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과 서대문구 상가 소유권까지…. 그것도 2016년 6월부터 12월 사이에 강남 아파트 세 채를 사들이는 ‘아파트 쇼핑’을 했으니 전형적인 투기꾼 행태다. 그나마 한 채를 처분했다더니 아들에게 증여했다. 더욱이 새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4억원이나 올려 받은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최근엔 후보 등록 때 아내 명의 아파트 분양권과 상가 소유권 지분을 고의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머리를 조아려도 모자랄 텐데 분양권의 존재를 몰라 실수로 누락했다며 아내와 참모에게 책임을 돌렸다.결국 이낙연 대표는 당 윤리감찰단 출범과 동시에 그를 감찰대상 1호에 올렸다. 이스타항공 직원 임금 체불 등으로 ‘악덕 업주’라고 지탄받는 이상직 의원과 함께 당이 인증한 ‘진상 의원’이 된 셈이다.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셋이 잇따라 연루된 이른바 ‘홍삼 트리오’ 사건 때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나라 밖에 머물던 김홍걸 의원을 비밀리에 찾아갔다. 뇌물 내용을 실토받은 이 관계자의 보고를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경악했다고 한다. 2002년 36억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그는 재판 내내 낮은 자세로 임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뇌물에 견줘 형량이 너무 낮다며 ‘대통령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아버지 뭐 하시냐”고 물을 때 괜히 주눅 들 만큼 평범한 사람도 부모 얼굴에 먹칠은 않고 살아가려 노력한다. 김홍걸 의원을 공천한 민주당의 노림수는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호부견자’로 규정한 정의당의 악평에도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유지하는 그의 강인한 멘탈은 이해 불가다. 아니 몹시 불편하고, 불쾌하다.

 

김 의원은 “저는 벌레요, 사람이 아니라 훼방거리요, 백성의 조롱거리입니다”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선처를 호소한 2002년 자신의 최후변론서를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진정 지금 모습이 부끄럽지 아니한가?

신승근 ㅣ 논설위원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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