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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향 오지 말랬더니 여행 가면 어떡하란 말인가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23. 01:15

[사설] 고향 오지 말랬더니 여행 가면 어떡하란 말인가

등록 :2020-09-22 18:25수정 :2020-09-22 19:20

 

정부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이 코로나19 방역에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4일 전남 보성군 보성읍 거리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추석 연휴 기간 제주와 강원 등 주요 관광지역 숙박업소의 예약이 이미 다 찼다고 한다. 열차표 판매를 절반으로 줄이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도 없애는 등 이동을 줄이기 위해 쏟은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진다. 길어지는 거리두기로 지친 심신을 여행으로 달래고 싶더라도, 코로나19 재확산 위기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자제해야 한다.제주도는 추석 연휴 동안 제주 방문객이 2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추석 전 주말인 26일부터 징검다리 휴가기간을 포함하면 3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속초와 양양 등 강원도 인기 휴가지나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대형 호텔과 리조트들도 예약이 모두 끝난 상태라고 한다.지난 13일까지 보름 동안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강도 높게 시행해 최근 사흘간 신규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내려왔다. 다행스럽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전국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 발생하고 있고,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는 27%나 된다. 치명률이 높은 노인 환자도 증가세다. 무엇보다 수많은 자영업자가 여전히 임대료와 생계 걱정에 신음하고 있다.지방자치단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는 특별행정조치를 발동해 방문객 가운데 발열 증상자는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본인 부담으로 격리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서는 고발과 구상권 행사 등으로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여행자들이 몰리는 관광지는 거리두기 방역수칙이 깨지기 쉬운 걸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처라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추석 연휴에 일부 극우단체들이 계획 중인 개천절 불법 집회와 관련해 “방역에 힘을 모으는 국민의 수고를 한순간에 허사로 돌리는 일체의 방역 방해 행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방역을 위해 귀성을 포기한 시민들이 많은데 불법 집회에 인파가 모이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는 25일 추석특별방역조치를 발표할 때 이동 자제와 방역수칙 실천을 더 강하게 촉구할 필요가 있다.방역에 대한 긴장이 느슨해지거나 방역수칙을 어길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지난 5월 연휴와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서 똑똑히 봤다. 추석 연휴에는 같은 실수로 또다시 많은 이들이 고통에 빠지는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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