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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지역화폐 논쟁: 조세연 보고서를 반박한다 / 강남훈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9. 24. 08:23

[왜냐면] 지역화폐 논쟁: 조세연 보고서를 반박한다 / 강남훈

등록 :2020-09-23 15:11수정 :2020-09-24 02:08

 

강남훈 ㅣ 한신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지역화폐에 관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의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고서는 지역화폐는 발행 비용, 후생 손실 등 부작용만 일으키고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는 어떻게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되었을까?이론적 측면에서는 다음의 세가지 입장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첫째로, 보고서는 게임이론을 활용해서 분석할 때, 지역 전체 매출 증대에 대해서만 점수(보수)를 주었고,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대해서는 점수를 주지 않았다. 보고서의 모델은 다음과 같다. 어느 하나의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다른 지자체로부터 X만큼의 매출 이전이 일어난다. 발행 비용을 C라고 하면, 발행한 지자체의 보수는 X-C가 된다. 두 지자체가 모두 발행하면 매출 이전은 일어나지 않고 발행 비용만 발생하여, 보수는 동일하게 -C가 된다. 이것이 바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다.그러나 소상공인 매출 증대에 점수를 부여하면 전혀 다른 게임이 된다. 소상공인 매출이 증대할 때 S만큼의 만족(보수)을 느끼는 두 지자체를 생각해보자. 두 지역 모두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매출 이전 X는 없어진다. 그래도 소상공인 매출은 증가하므로, 두 지자체는 모두 S-C의 보수를 얻게 된다. 한 지자체에 좋은 전략이 다른 지자체에도 좋다. 이런 게임을 정언명령 게임이라고 한다.요약하면, 지역화폐 발행을 낭비로 볼 것인가 아닌가는 전체 매출이 증가하지 않은 채로 대형점포 매출이 소상공인 매출로 이전되는 경우에 점수를 줄 것인지에 달려 있다. 보고서의 모델은 이런 경우에 대하여 점수를 주지 않았다.둘째로, 보고서는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간과하였다. 소비자가 지역화폐를 구매하면 5~10%의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이것은 소비자의 실질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를 지닌다. 지역화폐 구매자의 입장에서 보면 대형매장을 이용하지 못하는 약간의 불편함이 실질 소득 증가로 보상되므로 후생은 증가하게 된다.셋째로, 보고서는 지역화폐 발행 이전의 지역 불균등 발전 상태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 소도시 사람은 대도시(서울)에서 상당히 소비하지만, 대도시 사람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지역 불균형 상태에서 지역화폐를 발행하면 대도시에서 소도시로의 매출 이전이 발생할 수 있다.보고서의 실증분석의 한계는 이미 여러 사람이 지적한 바 있다.첫째로, 보고서는 2018년까지의 데이터를 가지고 실증분석을 하였다. 그런데 지역화폐 발행이 본격화된 것은 2019년부터이므로 보고서로부터 현재적인 함의를 도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경기도 경우, 2018년 3714억원이었던 지역화폐 발행량이 2019년엔 2조3천억원으로 늘었다.(이한주 경기연구원장, <한겨레> 9월21일치)둘째로, 보고서는 ‘가맹점/비가맹점’ 차원이 아니라, ‘가맹점이 많은 산업/작은 산업’ 차원에서 실증분석을 하였다. 지역화폐 가맹점이 많지 않았던 시기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하면 추정치에 큰 편의가 생길 수 있다. 2019년 이후 자료로 ‘가맹점/비가맹점’ 차원에서 분석한 연구에서는 매출 증대 효과와 고용 증대 효과(유영성 박사, 양준호 교수)가 확인되었다.보고서는 정책 대안도 제시하였다. 제안의 핵심은 지역화폐를 발행하지 말라는 것이고, 그래도 발행하려면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한 미국보다 지역화폐로 지급한 우리나라에서 소비 증대 효과가 훨씬 컸다. 그리고 지역화폐 가맹점은 온누리상품권 가맹점보다 훨씬 많다. 경기도를 예로 들면, 전체 사업체 수 83만개 중에서 지역화폐 가맹점은 53만개이고,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은 4만개이다. 가맹점이 많은 제도를 버리고 작은 제도를 활용하자는 제안은 형평성 차원뿐만 아니라 효율성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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