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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중계 화면마다 ‘후원 모금중’…자금난 보수단체의 민낯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11. 04:06

집회중계 화면마다 ‘후원 모금중’…자금난 보수단체의 민낯

등록 :2020-10-09 22:35수정 :2020-10-10 02:35

 

유튜브 ‘슈퍼챗’이 주 수입원
한글날 집회 영상 10개중 8개 ‘모금’
욕설·비난하면 후원금 빠르게 늘어
코로나 이후 집회 줄어 재정도 위축

활동 유지 위해 모금 열올려
새한국 “정부 탄압·재정 빈약 이중고”
신문광고·소송비 댄다며 성금 호소
전광훈 구속 등 결집력 약화도 한몫

 

사랑제일교회 측 변호인단인 강연재 변호사(왼쪽 둘째)가 9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보수단체의 한글날 광화문 집회를 불허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방역당국의 간곡한 요청과 경찰의 원천봉쇄에도 불구하고 보수단체들이 집회를 이어가는 데에는 금전적인 이유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집회를 개최한 단체들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를 했다. 유튜브 중계 화면에는 후원금을 요청하는 문구와 계좌번호가 적혀 있었다. <한겨레>가 이날 중계된 보수 유튜버 영상 10개를 살펴본 결과 8개가 후원금 모집 계좌를 안내하고 있었다. 이들은 광화문 일대에 차벽과 펜스가 설치된 장면을 보여주면서 “경찰의 집회 차단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했고 경찰과 충돌하는 모습도 지속적으로 연출했다. 실시간 대화창에서는 유튜버가 경찰을 향해 욕설을 하거나 언성을 높일 때 후원금이 빠르게 모이는 것이 보였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유튜브 생방송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슈퍼챗’(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참여자들이 보내는 후원금)으로 돈을 보내고, 계좌 이체로 송금하기도 한다.

 

유튜브 집회 중계를 통한 후원금 모집은 보수단체들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이들이 집회를 계속하는 이유다. 집회를 하지 않으면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

 

이 단체들은 금전적 어려움을 공공연하게 토로하면서 모금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드라이브스루’ 차량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 대표 서경석 목사는 지난 6일 지지자들에게 보낸 공지글에서 “정부의 탄압이 심해져 우파운동이 상처를 입었다. 새한국이 전국 단위 운동을 키우려고 하는데 재정이 너무 빈약하다. 적은 금액이라도 꼭 성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서 대표는 지난달 말에도 공지를 띄워 “<조선일보>에 집회시위 홍보 광고를 내고, 집회시위 금지통고 집행정지 소송을 위한 변호사 실비도 필요한데 200만원밖에 없다”며 “이마저 대부분 깃발값이고 후원비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상황으로 꼭 후원금을 모아달라”고 했다.

 

한 보수단체 회원이 9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보수단체들이 사분오열된 상황이 이들의 세력 확장과 자금난 극복에 한계로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각론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뚜렷하다. 최인식 대표가 이끄는 8·15 비대위는 사랑제일교회와 구속된 전광훈 목사를 추종하는 지지자들로 구성돼 있다. 방역당국이 전 목사가 참여했던 8·15 광화문 집회를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으로 지목한 것을 ‘정치방역’이라고 비난한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 무죄 석방 1천만 국민운동본부’(석방운동본부)는 박 전 대통령 석방에 초점을 맞춘다. 정당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극우 종교세력과는 선을 긋고 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축인 ‘4·15 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투쟁본부)는 보수 진영 내에서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많아 다른 단체들과 섞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전광훈 목사가 구속된 이후 보수단체들의 결집력이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많은 후원금을 모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전 목사가 구속되면서 보수단체들을 한데 모아 집회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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