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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지휘 수용하고 국감서 비난 쏟아낸 윤석열 총장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0. 23. 20:21

[사설] 수사지휘 수용하고 국감서 비난 쏟아낸 윤석열 총장

등록 :2020-10-22 20:38수정 :2020-10-23 02:43

 

검사 향응 의혹도 유감 표명조차 안 해
가족 수사 일축…언론사주 질문 회피
국민 불신 안중에 없는 ‘검찰 지상주의’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라임 사건 및 윤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추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한 사흘 전엔 곧바로 수용해놓고 국정감사장에서 뒤늦게 비난을 쏟아내는 걸 보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윤 총장은 또 가족 관련 사건이나 언론사 사주 만남 등에 대해선 전혀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윤 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가) 근거·목적 등에서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야당 정치인과 검찰 로비 관련 폭로를 두고 한 말이다. 김 전 대표의 폭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폭로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데다, 편파 수사와 검사 비위 등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윤 총장이 이 사건을 지휘해온 책임이 있기 때문에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것이다. 그런데도 국감장에 와서 위법한 수사지휘라고 주장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하다.

 

윤 총장은 검사들의 룸살롱 향응 의혹과 관련해서도 사과나 유감 표명을 거부했다. 이 정도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라면 검찰 조직을 책임지는 총장으로서 자성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게 도리다.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윤 총장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는 부당하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부인과 장모가 고발을 여러 건 당하고 일부 기소도 이뤄진 것은 차치하더라도,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즈음 부인이 연 전시회에 검찰 수사, 재판과 관련된 기업 다수가 후원한 것은 누가 봐도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다. 수사 중인 이들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이 “근거 없다”고 말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주와 만난 게 이해충돌에 해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언론사 사주들을 만난 일을 가볍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던 2018년 옵티머스 고발 사건이 무혐의 처리된 것도 “보고받지 못했다”는 말로 넘어갔다.

 

윤 총장의 국감 발언에서는 검찰은 어떤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검찰 지상주의’가 두드러졌다. 법률상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는 게 분명한데,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도발적 발언을 한 것부터가 부적절하다. 하고 싶은 말은 장황하게 하면서 껄끄러운 질문은 얼버무리며 무시하는 윤 총장을 보면서 검찰총장이라기보다 정치인이 연상됐다. 검찰이 많은 국민들에게 불신받고 있고 수사의 공정성마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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