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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충돌방지법 있었다면 박덕흠 ‘3천억 수주’ 막을 수 있었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20. 11. 4. 01:40

이해충돌방지법 있었다면 박덕흠 ‘3천억 수주’ 막을 수 있었다

등록 :2020-11-03 18:42수정 :2020-11-03 19:41

 

입법의 시간―②이해충돌방지법

2013년 국회 처음 제출된 ‘원안’
공직자 사익추구 활동 원천봉쇄
일가 건설사 거느린 박 의원
애초 국토위원 될 수도 없어

 

박덕흠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천억원대. 2012년부터 8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안전행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박덕흠 의원의 일가 건설사가 피감기관으로부터 수주했다고 현재까지 알려진 금액이다. 21대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 ‘국토위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한 박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은 국토위 간사 시절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국토위 야당 간사를 지낸 2018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2년 동안 피감기관인 국토교통부 산하기관들로부터 받은 공사 수주금액이 크게 늘어난데다 그가 국정감사에서 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이듬해 간사가 된 뒤 해당 업체와 계약한 단독도급 건수가 무려 4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도 그는 건설사의 이익에 반하는 법률에는 철저하게 제동을 걸었다. 2012년 박 의원 일가의 건설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 과징금을 받고 4년 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건설사의 입찰담합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과정을 주도해, 일가 건설사의 등록 말소를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만일 관련 법안인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김영란법)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2013년에 원안대로 통과됐다면 어떠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박 의원의 사익 추구 활동은 원천봉쇄될 수 있었다. 박 의원은 2015년 국토위에 입성했는데, 이 법이 있었다면 아예 국토위원이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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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원안보다 적용 대상·범위를 축소해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해충돌방지법)을 살펴보면, 공직자가 자신의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임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를 신청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주식 백지신탁을 했지만, 아내와 아들, 친형 등이 건설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 때문에 직무관련자가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법안은 고위공직자가 임용 전 3년 이내에 민간 부문에서 업무활동을 한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그 내용을 제출하고, 소속기관장은 이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직전까지 건설사 대표이사로 활동한데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중앙회 회장’으로서 5만여개 건설사의 이익을 대변해왔던 점 등이 절차에 따라 공개됐다면, 그가 국토위에 들어가 건설사에 불리한 법안에 노골적으로 제동을 거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또한 공직자와 그 가족이 직무관련자와 물품·용역·공사 등의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등 국회의원을 포함한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피감기관으로부터 3천억원대 수주를 받는 일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가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전액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실제로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박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을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당내 정치개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관련 규정과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남국 의원은 상임위 직무와 관련해 사적 이익을 추구할 경우 징계하는 내용의 국회법과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냈고, 이원욱 의원은 이해충돌과 관련한 국회의원 전수조사를 제안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소속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심도 있게 법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원들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안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해충돌 여부를 따지다 보면 맡을 상임위가 없어진다”고 푸념하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한겨레>에 “입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살리려면 자기가 해왔던 일과 관련된 상임위에 들어가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임위에 들어가서 관련 기관과 부처를 감시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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